[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늦깎이결혼식’감사해요

입력 2008-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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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제가 지금의 시댁에 인사를 왔을 때 저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 하고 그냥 살아야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 친정도 혼수를 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시댁도 월세 집에서 전전긍긍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평생 결혼식 한번 제대로 올려보지 못 하고 살아야한다는 게 참 아쉽긴 했습니다. 서로 사는 게 어쩌네 저쩌네 따질 형편도 아니었고, 저는 그렇게 혼인신고만 하고 약 1년 반 정도를 그냥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시어머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가봤더니 제 손을 꼭 잡으시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너 면사포는 꼭 씌워줘야지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결혼식을 좀 올려주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예물도 없이 그냥 결혼식만 올려야 돼. 섭섭하지 않겠어?” 하셨습니다. 저는 예물은커녕 결혼식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결혼식을 올려주겠다고 하시는 말씀에 그저 감사하다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렇게 예식장도 잡고, 가족들도 부르고, 친구들도 불러서 규모는 작았지만,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모두가 저희 결혼을 축하해 주고, 사진도 잘 찍고 저는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하루는 저희 어머님께서 제 결혼식 사진을 보시고,‘참 좋다. 참 예쁘다.’하시며 손바닥으로 몇 번씩 사진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때는 어머님의 마음을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어머님도 처음의 저처럼 결혼식 한 번 못 올려보시고, 아버님과 30년을 넘게 사셨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머님은 제가 당신의 뒤를 밟는 게 안타까워서 저에게라도 면사포를 씌워주시려고 그렇게 애를 쓰셨던 겁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저는 어머님의 결혼식을 내가 대신 올려드려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많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무료로 결혼식을 시켜준다는 곳도 찾아 가보고, 시에서 해주는 합동결혼식도 알아봤습니다. 시부모님의 결혼식을 위해 모두 찾아 다녀봤습니다. 하지만 신청자도 워낙 많고, 제 생각처럼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님을 붙잡고 “어머니! 제가 지금은 어머님 결혼식 올려드릴 형편은 안 되지만, 애비가 벌어오는 돈 조금씩 모아서, 나중에 꼭 어머님, 아버님 결혼식 올려드릴게요. 그 때는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다녀오세요” 했더니 어머니는 “늙어서 무슨 결혼식이냐. 누가 알면 유난 떤다고 흉본다. 나는 이미 인생 끝자락으로 가고 있으니까, 내 결혼식 해줄 생각 말고, 그 돈 모아서 느그들 애들이나 잘 키워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3년 만기의 적금을 들고 있습니다. 어머니 환갑 되시기 전에, 어머님의 평생소원인 결혼식을 올려드릴 생각에 남편 몰래,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제게 죽어도 면사포만은 꼭 씌워주겠다고 하셨던 것처럼 저도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님께 고운 웨딩드레스 한번 입혀드릴 생각입니다. 단 한번도 제가 며느리라고 당신의 아들과 다르게 대하신 적 없으셨고, ‘너는 내 딸이다’ 하시며 저를 참 귀여워 해주셨습니다. 어쩌다 남편과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서 당신의 아들을 야단치셨던 어머니. 이제는 제가 어머님께 제 사랑을 보여드릴 차례입니다. 3년 뒤 제가 적금을 탈 때까지 제발 건강하게 저희 곁에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어머니, 아버지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경기도 의정부 | 최미옥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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