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목숨 건 연기로 주목“장항선 아들 숨기느라 진땀났어요”
연기자 김혁(27)에게서는 건강하게 성장한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유쾌함이 풍겼다. 김혁은 인터뷰 내내 시원한 웃음을 잃지 않았고 “시골 놈이라고 무시하는 친구들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는 눈빛을 밝혔다.
지난 해 ‘태왕사신기’로 연기를 시작한 김혁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녔다. ‘태왕사신기’ 출연 당시 단역이던 인물 달구를 ‘목숨 걸고’ 연기한 덕분에 김종학 감독의 눈에 띄어 종영까지 얼굴을 비추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행운이 쉽게 오지 않았다. 김혁은 극중에서 부자지간으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 장항선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 제작진에게 비밀로 하고 ‘태왕사신기’ 오디션에 나섰다. 촬영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제작진이 눈치 챌 정도로 김혁은 가족사를 철저히 숨겼다.
김혁의 남다른 노력은 ‘태왕사신기’ 이후 굵직한 출연작으로 이어졌다. 선 굵은 표현력을 인정받아 영화 ‘더 게임’에서 미스터리의 중심에 선 안비서역을 맡았다. 최근 케이블/위성채널 OCN이 기획한 저예산 영화 ‘색다른 동거’의 주인공 정현으로 출연해 코믹한 매력을 뽐냈다. ‘색다른 동거’는 김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섹시 코미디. 김혁은 보잘 것 없는 남자에서 처녀귀신의 도움을 받아 ‘훈남’으로 거듭나는 주인공을 유쾌하게 연기해 호평 받았다.
데뷔하고부터 늘 키스 신에 호기심을 키웠던 김혁은 ‘색다른 동거’에서 무려 여섯 명의 여자와 키스했다. 한꺼번에 터진 키스 복을 소화한 그는 “느낌을 즐기기엔 너무 긴장했다”며 “어리둥절 하는 사이 모두 끝나 버렸다”고 뒤늦은 후회를 털어놓았다.
일주일 동안 롯데시네마 17개관에서 상영한 ‘색다른 동거’는 총 278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저예산 TV 영화가 세운 기록으로는 눈에 띄는 성적이다. 덩달아 김혁의 인지도는 한 단계 올랐다. 김혁은 ‘색다른 동거’를 통해 “코미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충북 괴산의 한적한 전원 속에 살던 김혁은 “시골 생활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키울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서울에 왔을 때 친구들로부터 사투리를 쓴다는 놀림도 받았지만 이런 과정은 오히려 김혁에게 빨리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