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올 가을에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2008년 하반기 조선의 천재화가 신윤복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동시에 등장한다. ‘국민여동생’ 문근영과 이지적인 캐릭터의 김민선. 둘은 각자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선 정조시대의 천재화가 신윤복이 되어 치열한 예술의 삶을 그린다.
문근영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연출 장태유·극본 이은영)에서, 김민선은 전윤수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미인도’(제작 이룸영화사)에서 각각 신윤복을 맡았다.
스크린과 TV에 같은 원작을 소재로 한 작품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유독 신윤복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하나. 바로 신윤복이 ‘남장여자’라는 설정 때문이다. 문근영과 김민선 모두 조선시대의 엄격한 유교 문화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꽃피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자 행세를 해야 하는 힘든 역할에 도전한다.
방송과 개봉 시기도 비슷하다. 문근영 주연의 ‘바람의 화원’은 9월 24일 첫 방영 예정이고, 김민선의 ‘미인도’는 10월 초 개봉할 계획이다.
○ 문근영표 ‘미스터리 신윤복’ VS 김민선표 ‘멜로 신윤복’
똑같이 ‘남장여자’로 신윤복을 연기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우선 ‘문근영표’ 신윤복은 미스터리의 향기가 짙은 사극의 주인공이다.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의문의 남자에게 살해당한 화공 서징과 가야금 실력이 출중한 당대의 명기 사이에서 태어난다. 이후 도화서 화원 신한평의 아들로 위장해 살아간다. 신윤복의 성장 과정, 김홍도(박신양)와의 사랑 뒤에서 부모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반면 ‘김민선표’ 신윤복은 진한 멜로의 주인공이다. 영화 ‘미인도’의 신윤복은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자의 삶을 살게 된다. 중성적인 마스크와 빼어난 한복 맵시로 여주인공 역에 최종 낙점된 김민선은 영화 속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모습을 연기한다.
장르의 차이만큼 두 스타가 연기할 신윤복도 다르다. 문근영의 신윤복이 풋풋한 미소년의 느낌을 준다면, 김민선은 여성미가 두드러지는 신윤복에 초점을 맞춘다.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돌발적인 행동으로 천재적인 자질을 드러낸다. 4월 말과 이달 초 이미 두 차례의 촬영을 마친 문근영은 김홍도 역의 박신양과 붓글씨 및 동양화 연습을 함께 했다. 또 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고 몸무게도 줄여 선머슴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최근 공개된 ‘바람의 화원’ 속 모습은 ‘남장여자’ 문근영의 색다른 매력을 돋보이고 있다.
31일 첫 촬영을 시작하는 ‘미인도’의 신윤복은 천재적인 예술적 기질과 능력을 갖고 여성의 신분을 숨긴 채 도화원의 화공이 된다. 김홍도(김영호)는 예술가인 신윤복을 질투하지만 여성인 그녀를 사랑한다.
김민선은 이번 역할을 위해 파격적인 노출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인도’의 한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에로티시즘 속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간 신윤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밝혔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