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꿈? 버렸어요.”
모든 배우들이 간직하고 있을 레드카펫의 꿈. 그러나 이미 버렸단다. 유수의 해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수상 무대에 오르는 꿈. 그건 배우에게 최대의 영광이며 기쁨이다. 그런데 그 꿈을 버렸다.
배우 유인영에게 그 같은 영광과 기쁨은 이제 그리 큰 꿈이 될 수 없다. “상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달려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레드카펫 위에 서면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위해 달려가 할 수 있게 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종영한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의 얄미운 캐릭터로서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선 유인영은 그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갖게 됐다고 자평한다. 이미 지난해 모든 작업을 마쳤지만 한동안 개봉조차 할 수 없다 12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는 새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감독 이무영·제작 이이필름)의 홍보를 도맡아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성과의 하나이며 그녀에게는 작은 기쁨이다.
‘철없는’ 왕년의 로커 아버지(김상중)와 로커를 꿈꾸는 ‘철든’ 아들(김흥수) 사이에 끼어든 미혼모의 역할로서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한 유인영은 “사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면서 되돌아본다. “일이란 게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그녀는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못하는 것 아니냐”며 ‘아버지와 마리와 나’를 촬영하며 얻은 자부심을 또 한 번 꺼내들었다.
그런 자부심을 키워온 유인영은 한때 고집이 센 편에 속했다고 말한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2006년 자신의 두 번째 영화 ‘강적’으로 스크린 연기의 매력을 맛본 뒤, “주변의 설득”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게다가 ‘미우나 고우나’로 이젠 인지도 최고의 기쁨을 누리게 됐으니, 유인영은 행복한 연기자다. 그녀는 ‘미우나 고우나’의 종영과 함께 긴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마리와 나’ 홍보 일정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유인영은 “신인 시절 내가 잘 못하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뭐라도 하나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야 되겠느냐”는 말로 자부심 뒤에 가져야 할 배우로서 책임감을 오롯이 드러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