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읽으면‘은수의삼각사랑’술~술~…책으로본‘달콤한나의도시’

입력 2008-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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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수다 속 화제다. “달콤한 나의 도시 봤니?” 지금 딛고 서 있는 당신의 땅은 ‘달콤한 나의 도시’인가? 탤런트 최강희, 지현우, 이선균이 열연하는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정이현 작가의 2006년 첫 장편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올해 대학로 창작 뮤지컬로도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배우들의 눈에 띄는 호연으로 소설 판매도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는 2년 전에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그를 대중적인 스타 작가로 만든 작품이다. 이 소설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장점이다.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는 각자 평범한 일상을 투영하고 맞장구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각각이 매력적인 빛을 발한다. 소설은 발랄한 트렌디드라마 못지않게, 드라마와 더불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원작 캐릭터들을 TV 속 배우들과 비교해가며 보는 것은 어떨까? 회가 거듭될수록 한층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서른 넘긴 은수, 사랑에 좌충우돌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도 사랑도 즉시 재가동이다. 서른두 살 푸념을 늘어놓는 은수는 서른한 살에도 마찬가지로 엄살을 부렸다. “서른한 살, 사랑이 또 올 것 같니?” 왔다. 그것도 파도에 미역이 떠밀리듯 이사람 저사람 엮인 채 한꺼번에 몰려왔다. 은수도 헷갈린다. 누가 진실로 나의 연인인가? ‘달콤한 나의 도시’는 주인공 은수가 서른한 살에 겪은 연애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옛 애인의 청첩장을 받고 불쾌하게 시작된 나이이지만, 그는 이내 색채가 다른 사랑을 경험한다. 노처녀라고 툴툴거리면서도 꾸준히 용기를 얻고 사는 ‘삼순이’나 ‘브리짓 존스’처럼 은수 또한 정신이 매우 건강한 여인이다. 종종 반복되는 푸념은 다시 용기를 얻겠다고 떼를 쓰는 자기 암시일 뿐이다. 소설은 갓 서른을 넘긴 여자의 엄살과 칭얼거림을 수없이 일어나는 러브스캔들로 무마해버린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남자들이 은수 주변을 맴돈 탓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처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소설의 여주인공은 모두 이러한 사랑의 삼각구도 안에 있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 양귀자의 ‘모순’,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같이 읽는 것도 ‘달콤한 나의 도시’의 여주인공 심리를 이해는데 도움이 된다. 주인공은 각기 다른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사랑을 완성하기 보다는 ‘자신’을 찾는다. 소설 속 은수도 결국 그 어떤 남자와도 인연을 맺지 않은 채 또 한 살을 먹는다. ○ 은수의 남자들, 태오와 영수, 유준, 고릴라… “우리 끝났다는 생각,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마치 여자의 심리를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섬세한 남자 태오, 은수의 연하 애인이다. 누가 봐도 잘 생겼다는 소위 반반한 얼굴이 무기이며 영화를 하겠다고 학교를 그만둔 배짱 전력도 있다. 유약한 줄 알았으나, 꿈도 있고 소신도 있다. 어린 동생이 아닌 의젓한 남자친구다. “자기”라는 말을 남발하며 애교를 보이고, 은수의 건강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하룻밤의 스캔들로 동거를 했으나, 어쩌면 너무도 뻔한 이유…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식의 미래종말론으로 관계를 정리한다. 은수의 두 번째 남자, CEO 영수 씨. 은수가 평범한 이름이라고 강조한 만큼 매우 무난한 삶을 사는 남자이다. 맞선으로 만난 그는 ‘격정적인 사랑’은 몰라도 ‘편안한 사랑’은 보장되는 인물이다. “눈이 와요” 전화를 걸면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라고 무덤덤하게 답하는, 남녀심리에는 숙맥인 태도가 도리어 매력인 사람이다. “눈이 와서요…”라고 즉각 달려오는 연하남 태오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영수와는 서로 안정된 사랑을 나눌 줄 알았지만, 그것도 오산! 은수는 영수의 미래가 투명하길 기대 했지만 또 다른 복병을 만난다. 은수의 세 번째 남자 유준, 그는 친구인지 애인인지 누가 봐도 헷갈리는 묘한 존재… 소울메이트 급의 존재감의 압박이 크다. 하늘이 두 쪽이 난다 해도 은수가 심신이 피로하면 한달음에 달려올 사람이다. 본성은 은수와 가장 잘 맞는다. 평생 놀고먹는 한량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다 과로가 심해 병원에 실려 간다. 은수의 최악의 남자는 고릴라다. 결혼하는 날 헤어진 애인에게 아주 ‘친절하게’ 청첩장을 보내며 자신의 존재를 새삼 드러낸다. 은수의 여럿 남자 외에도 친구들의 캐릭터도 볼만하다. 삼십대에 덜컥 뮤지컬에 도전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둔 단짝과 얄미울 정도로 깜찍한 결혼을 해놓고 남편의 마마보이 근성 탓에 덜컥 이혼해버린 친구도 등장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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