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천년학’…영화계도살찌우다

입력 2008-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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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터울임권택감독과친분,소설·영화소통…각색참여도
31일 타계한 이청준 작가는 소설 뿐 아니라 또 다른 장르인 영화에서도 큰 별이었다. 고희가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있는 거장 임권택(71)의 대표작 ‘서편제’를 비롯해 ‘축제’, 그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은 모두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고인의 작품은 임권택 감독의 손을 거쳐 스크린으로 옮겨졌고 사상 최초 100만 관객이라는 영원히 남을 기록을 세웠다. 이청준 작가와 임권택 감독은 원작자와 영화감독 이전에 이미 친분이 깊었다. 나이는 세살 터울이 있지만 두 사람 모두 고향이 ‘서편제’와 ‘천년학’의 배경인 전라남도 장흥으로 동향이다. 1990년대 초반 술자리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최근까지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 정도로 막역했다. 2006년 3월 11일 기자는 이청준 작가와 임권택 감독이 손을 부여잡고 활짝 웃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투자문제로 중단됐던 ‘천년학’이 전라남도 장흥에서 고사를 지내고 촬영을 시작했던 날이다. 임 감독은 “이미 오래 전에 100번째 작품으로 ‘천년학’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고 고백했고 이청준 작가는 이때 환한 웃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했다. 이청준 작가는 ‘천년학’의 각색에도 참여했고 이날 열린 제작보고회에도 참석 직접 마이크를 잡고 “영화가 제작돼 기쁘다”고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아직은 쌀쌀한 이른 봄이었지만 소설과 영화로 소통하는 두 거장의 미소는 따뜻했다. 임권택 감독은 이청준 작가가 앞서 하늘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평소에도 말이 없는 그였지만 비보를 접하자마자 충격속에 황급히 빈소로 향하면서 “너무 속상해서 아무런 얘기도 못하겠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05년 KBS-TV의 ‘TV 책을 말하다’ 설날특집에 함께 출연해 인연을 맺은 연기자 고두심 씨와 함께 장례위원을 맡았다. 이경호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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