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결혼시켜주는 프로그램이라더니, 저래서 시집 제대로 가겠냐’고 걱정하세요.”
KBS 2TV 주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자신 밖에 모르는 ‘소라 엄마’로 시청자들에게 원성을 한 몸에 받은 양정아.
극중 그토록 차가웠던 여자가 요즘 SBS ‘유리의 성’에서는 남편의 숨겨진 아이도 묵묵히 키우는 현모양처로 출연한다.그런가 하면 데뷔 후 첫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에서는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유난히 유부녀역을 많이 맡아 많은 시청자들이 그녀를 유부녀로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그녀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편한 복장으로 조카와 함께 동네를 돌아다는 것이 루머의 근원이었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살면서 종종 맞벌이 부부인 남동생을 대신해 어린 조카를 목욕탕, 놀이터 등에 데리고 다니며 챙겼다. “아무도 저에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꿈에도 몰랐어요. 알았다면 해명이라도 했을 텐데, 나중에서야 ‘그래서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봤구나’라고 깨달았죠.”
양정아는 “뭐, 유부녀 역을 주로 맡아 생긴 해프닝이죠”라며 “극중 도도하고 차가운 역할만 맡다보니 실제로 성격이 ‘까칠하다’라는 오해까지 받아요”라고 드라마 배역과 관련해 받는 오해를 소개했다.
그녀가 리얼리티쇼인 ‘골미다’의 출연을 결심한 것도 이런 시선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연기자가 ‘연기만 잘하면 됐지, 사생활을 보여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연기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잖아요. 토크쇼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도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골미다’의 출연 섭외가 왔을 때 ‘그래, 내 자신을 한 번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첫 출연하게 됐어요.”
‘골미다’가 방송된 후 양정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조금만 움직이면 힘들다고 침대에 드러누워 ‘저질 체력’이라는 애칭과 룸메이트 송은이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맏언니 캐릭터로 이미지를 굳혔다.
“제작진도 그냥 양정아의 실제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서 있는 그대로 했더니,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근데 리얼 버라이어티는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촬영을 마치면 체력장 끝난 것처럼 온 몸이 욱신거려요. 건강 보조식품은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에요.”
‘골미다’는 양정아, 예지원, 진재영, 송은이, 신봉선, 장윤정 등 6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공개 맞선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양정아는 ‘골드미스’ 이미지를 깨고 맞선 기회를 얻기 위해 후배들과 몸싸움도 벌이고, 원더걸스의 ‘노바디’춤을 일주일간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치’로 놀림을 받으며 제대로 망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TV에서 보는 새로운 모습이라고 많이 좋아하시는데, 어머니가 ‘푼수 떠는 딸’ 때문에 걱정이 많으세요. ‘결혼시켜주는 프로그램이라더니, 저래서 시집이야 제대로 가겠냐’고 매일 저한테 말씀하세요. 결혼은 마흔 살이 되기 전에는 하지 않을까요? 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