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깔끔하게잡힌다

입력 2008-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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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흑1이 놓인 시점까지 바둑은 흑이 괜찮다. 검토실의 기사들도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1국을 통쾌하게 이긴 홍성지가 2국마저도 집어삼킨다면 그야말로 핵폭탄급의 뉴스가 될 것이다. 중앙을 일단락 지은 이세돌이 손을 돌려 백6으로 날아갔다. 자신의 불리함을 읽었을 텐데도 표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강자의 여유다. 강자가 흔들리지 않으면 오히려 동요되는 쪽은 상대편이다. 심한 경우 ‘혹시 내가 계가를 잘못한 건가’싶어 두 번 세 번 집을 세어보는 일도 벌어진다. 이창호의 무심한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무기였다. 흑9까지 처리해 두고는 홍성지가 흑11로 다가섰다. 이세돌의 고개가 옆으로 스르르 기울어진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연 흑11을 외면하고는 백12로 차분히 흑 한 점을 잡아 놓았다. 흑이 13으로 둘 수밖에 없을 때 백은 대망의 14자리로 걸쳐갈 수 있게 됐다. 홍성지는 좌하귀의 백집을 크게 보았다. 그래서 더 커지기 전에 어여 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흑11을 두었다. 하지만 <해설1>을 보면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흑1로 우상귀를 굳혀놓을 타이밍이다. 백이 4 정도로 두어 백집을 키운다 해도 A가 비어있어 생각보다 큰 집이 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백14는 엄청나게 큰 자리. 여기서 흑이 점수를 잃었다. <실전> 흑13은 꼭 두어야 하는 걸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해설2>는 흑이 손을 빼고 1로 굳힌 장면이다. 워낙 좋은 자리이니만큼 유혹이 크다. 그러나 백은 2로 미끄러진 뒤 흑3에는 4로 끼워 붙이는 독수를 준비해 두었다. 결과는? 흑이 잡힌다. 그것도 깔끔하게!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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