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맛대로맘대로’즐기는2008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입력 2008-11-24 13: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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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거짓말로 참말 하는 사람입니다. 시는 말장난이고 말놀이이고…” 유안진 시인은 시는 참말로 즐기는 말놀이라 했다. 전국의 청소년들이 말놀이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22일 오후 4시 계동 현대자동차 본사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2008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기념콘서트’는 중·고등학생들이 교과서를 벗어나 제 멋대로 시로 ‘노는’ 자리였다. ‘시 읽기-멋대로, 맛대로, 맘대로!!’라는 부제의 ‘2008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 기념콘서트’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청소년들의 시(詩) 문학 잔치다. 시로 뮤직 비디오도 만들고, 연극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선보이며 학생들만의 풋풋한 재기를 뽐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은 지난 5월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의 참가학교를 접수받고, 6월부터 10월까지 시낭송축제를 진행했다. 전국 총 53개 학교가 선정돼 각 학교별로 시축제가 열렸고, 22일 기념 콘서트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콘서트는 조연호 시인의 연출, 김상현 성우의 진행으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은 저마다 참신하고 앳된 방식으로 시를 발표했다. 광주 숭의고 학생들은 고려가요 청산별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들려줬다. ‘제주도의 푸른 밤’ 멜로디에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랐다”의 청산별곡 구절들을 개사해 넣은 것. 화곡고등학교 학생들은 정호승 시인의 ‘끝끝내’를 더레이의 ‘청소’라는 구슬픈 가요에 맞춰 다시 불렀다. 진부고등학교 학생들은 ‘기다림의 끝은 벌판일거예요’라는 시를 학생들이 직접 낭송하며, 짧은 극으로 엮었다. 성적과 짝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등학생의 심경을 담은 자작시였다. 특히 ‘재치’ 넘치는 익살맞은 시낭송으로 눈길을 끈 팀들도 있었다. “보리밥 먹는 여름철에는 방귀 많이 뀌는 게 큰 자랑이다”로 시작되는 정양의 ‘보리방귀’를 콩트로 선보이고, ‘시집살이민요’를 주거니 받거니 만담처럼 표현한 중일고등학교, “난 죽었으면 죽었지 안 떨어질란다”고 말하는 ‘감’을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 동여자중학교 등 위트 넘치는 참가 팀도 눈에 띄었다. 이 날 공연에는 시인 정호승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낭송하고 시인 유안진이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를 들려주며, 시를 향한 작가들의 오랜 사랑을 드러냈다. 연극배우 박정자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를 고유의 음성으로 운치 있게 노래로 표현했다. 염혜란은 발랄하고 코믹한 국어선생님의 모습을 연기하며, 짧은 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8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의 참가작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nangsong.munjang.or.kr)에서 ‘다시보기’ 서비스로 제공된다. 학생들이 교과과정에서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시를 어떤 방식으로 친숙하게 풀어 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활자로 표현된 시를 영상에 익숙한 중·고등학생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풋풋한 표현법을 엿보게 된다. ‘2008 전국청소년시낭송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은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놀다가 저절로 시와 친숙해져 갔다. 2009년에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이 시를 흥얼거리며 ‘놀’ 수 있을까? 전국 각 중·고등학교, 청소년단체 등의 참가가 가능하다. 문의 02-760-4690.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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