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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39)은 여느 배우들과 다르다. 본인이 주연한 영화 ‘그림자 살인’(감독 박대민) 개봉을 앞두고도 지레걱정을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으니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지 않느냐”며 확고한 연기 철학을 전한다. 영화 개봉을 목전에 둔 배우들은 걱정된다는 코멘트를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관객들의 심판을 기다리며 조바심을 내는 것은 배우들뿐만 아니다. 관객들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본전은 찾을 수 있을까란 걱정과 노파심은 감독, 스태프, 투자자, 배급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황정민 만큼은 예외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다”면서 여유 아닌 여유를 부린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를 보이면, 왜 부담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 전혀 없어요. 제 몫인가요. 관객들 몫이죠.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찍은 거고, 엎질러진 물이예요”란 논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역량의 100%를 4개월 동안 다 부었어요. 24시간 늘 작품 얘기만 하고 작품 생각만 하고 그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토해냈어요”라고 자신한다. “관객들이 어떻게 우리 영화를 소통할까 궁금하긴 합니다. 그게 부담감이라면 부담감일 수 있겠죠”라며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일축한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흥행 참패도 황정민 개인에게는 참패가 아니라고 본다. “전혀 개의치 않아요. 저는 그런 걸로 생각하지 않아요. 수치로 이 일을 한다면 이 창조적인 일이 서글퍼지죠. 그런 생각 가져본 적도 없고요”라는 단언이다.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다”는 창조적인 시상식 명언은 황정민의 독특한 연기 철학과도 묘하게 들어맞는다. 최선을 다한 뒤 모든 걸 초탈해버리는 배우 황정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전전긍긍하는 보통사람들과 구별되는 면이 있다. 보통사람들은 이런 황정민을 ‘연기파 배우’라고 부른다. 연극 무대에서 오랜 무명 세월을 거쳐 영화배우로 자리한 황정민의 연기에서는 각고의 세월이 묻어난다. 하지만 황정민은 “무슨 연기파 배우는 연기파 배우…”라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연기하는 사람이고, 직업이 배우일 뿐이예요. 연기 잘하려고 노력하는 배우지요”라며 겸양을 보였다. “연기란 게 어떡하면 잘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는 황정민은 “물 잔에 물 채우는 것 쉽잖아요. 넘치게 하는 것도 계속 붓게 하면 되고, 모자라게 붓는 것도 쉽지만 찰랑찰랑 채우기가 참 힘들어요”라고 비유한다. “연기란 것은 늘 외줄타기 같은 거예요”라며 시상식 소감 같은 연기 철학을 설파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