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수다]‘더블루’손지창김민종…14년만의무대

입력 2009-05-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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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에서 ‘꽃중년’으로. 손지창-김민종으로 구성된 듀오 ‘더 블루’가 돌아왔다. 14년이 지난 이들의 복귀는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30-40대들에게 잔잔한 향수와 아울러 원숙한 활력을 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0∼40대들청춘스타‘더블루’손지창·김민종…14년만의무대…컴백방송중한초등생‘저신인은누구죠?’
손지창(39)·김민종(38)의 그룹 ‘더 블루’가 ‘더 퍼스트 메모리즈’ 앨범을 들고 14년 만에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들은 ‘컴백’이라는 말을 낯설어했다. 그만큼 14년이라는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버렸지만 그 때 느낌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손지창 김민종이 ‘투톱’으로 전성시대이던 때가 있었다. 새 앨범 피처링에 참여한 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3살, 수영이 2살이던 1992년. 둘은 최고 인기였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전천후 꽃미남 스타의 원조였다. 기성세대에 선을 긋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X세대’, ‘신세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였다. “어두운 내 창가에 비는 내리고(투유)∼”, “우연히 눈에 뜨인 하얀 얼굴의 그대(혼자만의 비밀)∼”라고 그들이 노래를 하면 도미노 조각처럼 소녀 팬들은 줄줄이 환호하며 쓰러졌다. 1995년 은퇴해 2009년 다시 돌아온 ‘더 블루’, 이들을 만났다.

이해리 기자 (이하 이 기자):새롭게 앨범을 내게 된 계기가 있나.

손지창(이하 손) :우연히 MR 반주를 새로 만들려고 했던 게 음반까지 내게 됐다. 단순한 MR 미니 앨범이라도 이왕이면 심혈을 기울이자며 녹음하다가 결국 ‘친구를 위해’나 ‘너만을 느끼며’를 새롭게 녹음했다. 피처링도 ‘소녀시대’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들어줬다. 앨범 속지도 옛날 사진을 넣을까 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의욕도 잘 따라줬다.

변인숙 기자 (이하 변 기자) :그동안 주변에서 컴백하라고 재촉했을 텐데 어땠나.

김민종(이하 김) :얼마 전에도 박용하가 전화해 ‘형 축하한다’며 좋아하더라. 옛날 팬들도 이젠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웃음).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다보니, 다들 옛날 생각이 나는가 보다. 음반 준비하면서 일이 의도한 대로 술술 풀려 나갔다. 때가 되면 해야 할 것처럼 주변 일들이 그렇게 돌아갔다.

이 기자 :KBS 2TV ‘상상플러스'에 나왔을 때 반응이 좋았다.

손:첫 컴백을 예능으로 하다니! PD님이 재미있다고 편집할 게 없다면서 2주 간 방송에 내보냈다. 팬들이 반기니 고맙고…. 옛날에는 안하던 경략도 받고, 피부과도 가고 그렇게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 하고 있다.

이 기자: 1 4년 전과 다른 점은.

: 우리 마음대로 활동을 하고 안 하고 할 수 없고, 어떤 책임감이 느껴진다. 전에는 못 느꼈는데 활동을 다시 하면서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생각한다. 소리없이 잊혀져 가는 사람도 많은데, 기억해주고 응원해줘서 고맙고 그래서 책임이 더 따른다.

변 기자 : 세월이 많이 흘러서 예전 활동 때의 긴장감은 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무대 오르니 쑥스러웠다. 계속 웃음이 나더라. 긴장은 없다. 불안한 건 아닌데 쑥스러움은 더 탄다. 옛날에는 록 발라드를 불렀는데, 지금은 음악 스타일이 리듬 댄스라 율동해야 하니까 몸을 흔들 때도 왠지 웃게 된다.

변 기자 :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이 좋다.

김:등산을 할 때 무조건 정상에 올라가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우리는 나무도 보고 풀도 보고 그런 것 같다. 치열하기보다, 재미있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게 된다. 앨범 판매량이 어떻고 순위가 어떻고 연연하지 않는다.

이 기자 : 과거 한창 인기 있던 시절 어느 정도였나.

: 스케줄이 정신없이 꽉 차있을 때 헬기 타고 공연장에 갔다. KBS 2TV 미니시리즈 ‘느낌’ 촬영할 때 인천 앞의 섬에 있었다. 배를 타고 나오면 시간이 안 맞았다. 대전 실내 체육관에 1만여명의 팬이 모여 있다고…. 늦으면 큰일 날까봐 헬기를 타고 갔다.

변 기자 : ‘더 블루’의 과거를 모르는 젊은 팬들이 생길 텐데.

김:최근에 MBC 라디오 ‘별밤’ 생방송에 나갔다. 방송을 듣던 초등학생이 ‘이 신인 가수는 누구예요’라고 물어 진행하던 박경림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초등학생이 또 말했다. ‘앞으로도 팬 할래요’ (웃음).

이 기자 : 두 사람은 어떻게 우정 관계를 유지했나.

김: 뿌리 깊은 나무는 웬만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창 형이 살면서 겪어온 노하우들이 내게 힘이 됐다. 형은 머리도 좋고 기획력도 좋다. 별명이 손박사, 손진행, 손회장이다. 형은 A형이고 나는 O형이라 다르다. 형이 삐친 것 같으면 잠시 떨어져 있으면 된다. (웃음)

변 기자 : 서로가 이것만은 꾸준히 지킨다는 원칙 같은 게 있나.

: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다. 난 술을 잘 못하는데 술 한 잔 마셔도 민종이와 같이 있으면 편하다. 민종이는 다혈질이면서 정신력도 강하다. 원래 음반 내는 것도 내가 사업을 시작한 지 10주년 되는 내년에 목표를 이룬 뒤 하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교 중퇴한 고졸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웃음). 민종이가 ‘그 정도면 됐다’고 노래하자고 그랬다. 친구끼리 먼 길을 돌아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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