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얼굴이달라졌다’연극레인맨

입력 2009-06-04 14: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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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인맨’

1988년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시는지.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더스틴 호프만)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던 바로 그 영화이다.

연극 레인맨은 영화 레인맨의 무대버전으로 일찌감치 영국과 일본에서 ‘숭배’되었던 작품이다.

쇼팩과 극단 소울이 손을 잡고 무대에 올린 연극 레인맨은 5월 31일에 종연되어야 했지만, 관객들의 지치지 않는 성원에 힘입어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임원희, 이종혁의 캐스팅은 김성기, 김영민으로 교체됐다.

2기 레인맨의 첫 무대여서인지 배우들의 실수가 간혹 눈에 뜨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레인맨이 지닌 감동의 힘을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현역 최고의 코믹 뮤지컬배우로 꼽히는 김성기의 변신이 놀랍다.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깎는 ‘삭발투혼’으로 무장한 김성기는 더스틴 호프만이 맡았던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 역을 충실히 완수해 냈다. 유일한 여자 출연자로 동생 찰리의 애인으로 나온 정보름도 정확한 대사전달이 돋보인 수연이었다.

연극 ‘레인맨’


수염을 깎은 날, 김성기는 두 번 놀랐다고 한다.

거울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이 더스틴 호프만과 무척 닮았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맨 얼굴을 도무지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는 점.

자폐증 형과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로 돈만 아는 동생이 LA를 향해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보면, 연극 레인맨은 일단 합격점을 넘어섰다. 1시간 50분 동안 SM아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조차 아껴가며 두 사람이 변화해 가는 여정을 지켜봤다.

“가족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그건 아주 중요한 거다.”

자폐증 환자 레이몬드의 혀 짧은 소리가 이날 밤 내내 귓가에 머물렀다. 집에 들어서니 늘 보던 아내와 아이의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연극 레인맨은 이런 연극이다.

6월2일~8월2일(월요일 공연없음)|대학로 SM아트홀|문의 쇼팩 02-2051-3307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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