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스쿨입학’이소은“이제준비운동을끝냈다생각”

입력 2009-06-25 10: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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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스포츠동아 DB]

“이제 준비운동을 끝냈다고 생각해요.”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이 예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밤, 전화로 만난 이소은은 차분했다. 그녀의 말에는 소감보다는 각오가 더 강조됐다.

이소은은 “사실, 지금은 축하 받을 때 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상황이다. 마라톤에 앞서 준비운동을 마치고 운동화를 갈아 신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3년 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소은은 2007년부터 미국 로스쿨을 준비해 2월부터 노스웨스턴대를 비롯해, 코넬대, 조지타운대, 노트르담대 등 4개 대학의 로스쿨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이소은은 이중 노스웨스턴대를 선택했다. 이소은은 7월 초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며, 8월 중순부터 로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소은과의 일문일답.

- 우선, 합격을 축하한다.

“사실 축하받을 입장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 입학허가를 받을 당시는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후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고 있지만, 사실 축하받을 시기는 지났다. 마냥 기분 좋고 그런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로스쿨 준비가 힘들었지만,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라톤 경주에서 이제 막 운동화를 갈아 신은 듯하고, 준비운동만 한 것 같고, 달리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걱정 반 두려움 반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내가 학부를 미국에서 나온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만 현지에 있어서, (영어)글쓰기와 말하기가 걱정된다. 공부를 많이 하고 가야 한다.”

- 언제부터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나.

“2007년 여름부터 로스쿨 입학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학원수업을 들을 때만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로스쿨에서 청강도 하고 수업을 계속 듣다보니 결심이 굳어졌다. 난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고, 내 한계도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험은 재미있지 않았다.”

- 합격통지서는 언제 받았나.

“2월부터 4개 대학교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그래서 어떤 학교에 갈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마음고생도 심했고,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너무 감격스러웠다.”

- 4개 대학 중 노스웨스턴대학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노스웨스턴 대학이 미국 내 로스쿨 랭킹이 가장 높기도 했고, 내가 아는 법조계 지인들, 미국 로스쿨의 교수 다섯 분에게 이메일로 조언을 구했는데, 모두 그 대학을 추천하시더라. 또 노스웨스턴 로스쿨은 실무경험을 높이 평가해준다. 내 입학동기들이 그냥 학교에서 바로 지원한 게 아니라 국가단체에서 일하시던 분, 사업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분들이 많았다. 사회 경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시카고라는 좋은 도시에 있다는 것도 크게 고려됐다. 시카고는 여러 면에서 발전한 도시, 특히 문화의 도시다. 나는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문화에 대한 욕심이 많다. 입학허가를 받은 학교를 다 가봤는데, 노스웨스턴대학의 교풍이 좋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부도 힘들었고, 원서 쓰는 것도 힘들었고, 에세이 쓰는 것도 힘들었고, 시험자체도 힘들었다. (미국 로스쿨 측은)나의 특이한 경력(가수)을 의아하게 생각하더라. 지원자 중 아마 연예인은 없었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법학전공자도 아니고, 법에 대한 배경이 너무 없어서 이렇게 힘이 드나 생각했고, 내가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도 힘들었다.”

- 에세이에서 자신의 어떤 점을 강조했나.

“에세이에는 자기소개와 로스쿨 지원배경 등을 주로 쓰는데, 자기 소개는 아주 솔직하게 썼다. 엄청난 지원자들 중 시선도 끌어야겠기에,(웃음) ‘한국에서 많은 무대에서 공연했던 사람이 그걸 모두 버리고 왜 로스쿨을 가기로 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에세이를 시작했다. 그런 후에는, 로스쿨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공부에 대한 나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 나의 음악활동이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다 생각했고, 화려한 생활 떠나 익명의 상태에서 힘든 학문을 하려고 나의 의도에 로스쿨 측이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내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의구심 드는 사람들에게 내 열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가진 영향력으로 더 큰일을 하는데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 깜짝 소식에 주변 지인들도 놀랐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존재이다 보니, 내가 하는 시도가 다 공개되는 게 싫더라. 중간에 한번 알려져서 좀 곤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좌절감에)힘들어하는 시기에 소식이 알려져 마음고생이 참 많았다. 잘되고 있었을 때면 웃어넘길 수 있었겠지만, 힘들었던 시기여서 더 힘들었다.”

- 측근들은 진작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나의 절친, (이)적이 오빠는 이미 알고 있었고, 스윗소로우 친구들도 알고 있었다. 배철수 선배님과 친분이 있는데, 전화로 축하해주셨다. 그 외 많은 작가분들 방송 관계자들이 축하해줬다. 축하의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받았고, 인간미를 느꼈다. 그리고 모교인 고려대 학생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 정말정말 열심히 해서, ‘고려대 동문’이라고 했을 때 정말 자랑스러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각오가 생겼다.”

- 한번 좌절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 정신적인 실망이 컸다. ‘해도 해도 안된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 되고, 점수는 요 모양 요 꼴인가’ 실망하며 너무너무 힘들었다. 원서 쓰는 것도 힘들었는데, 겨우 합격대기자 명단에 들어서 끙끙 앓았던 적이 있었다. 또 힘들었던 것은, ‘앨범 안내느냐’는 말이었다. 그런 말에 ‘로스쿨 준비한다’ 말도 못하고, 앨범 물을까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다.”

- 국제변호사를 꿈꾼다고 알려졌다.

“인권문제, 저작권 등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제변호사가 금방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경기가 좋지 않고, 로스쿨 간다고 다 국제변호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은 로펌에 들어가서 고액연봉을 받는 일이 보편적일 것이다. 나도 사실 학비가 많이 들었다. 부모 도움 없이 혼자 학비 마련하느라 힘도 많이 들었다. 나도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좋은 일에 내 지식을 쓰고 싶은 의지가 있다.”

- 로스쿨 과정은 어떻게 되나.

“3년 과정이다. 로스쿨 졸업을 하고 다시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변호사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다. 거기서 국제변호사를 하려면 또 다시 국제법을 공부해야 한다. 내가 미국 로스쿨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법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 법도 공부해야 한다.”

- 일부에서는 ‘엄친딸’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너무 해당하지 않는 말이라 생각한다. ‘엄친딸’이란 단어를 유행처럼 쓰는데, 솔직히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엄친딸’이라면 모범생이고, 부모 속상하게 하지 않아야 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속을 너무 많이 뒤집어 놨다. 가수 데뷔할 때도 힘들게 했고, 대학가는 순간에도 힘들게 했고, 대학 와서도 우여곡절 많이 겪으면서 힘들게 했다.”

- 이국에서 혼자 지내는 것인가.

“그렇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열심히 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인생 한번 사는데 한번 치열하게 해보고 싶다. 영어든 현지 문화든 처음 나는 뒤처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란 생각한다. 하지만 부딪혀보겠다.”

- 새 음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노래는 많이 만들었다. 좌절 했을 때 집중적으로 만들었다. 큰 실패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완전한 모습이 담긴 소중한 곡들이 많이 나왔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아보면 그때 아픔들을 음악에 담으면서 치유가 된 것 같다.”

-7월 초에 떠나면, 시간이 얼마 없다. 무얼 하다 갈 건가.

“그간, 봐야할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내 기사가 나오고 감동 받은 것은, 주위사람들의 진심어린 관심, ‘이렇게 나를 보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하면서 울컥했다. 지인들, 선배들, 동료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작은 시작인데 그걸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나도 힘을 많이 얻었다. 지인들도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힘을 얻었다. ‘고맙다’ ‘자랑스럽다’ 이야기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많은 에너지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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