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중훈, 사실은… “내 평생의 꿈은 직업여행가”

입력 2009-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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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은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특유의 달변을 이어가며 삶과 인생,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쁜 여자 보면 가슴 설레 그러나 ‘유혹’에 흔들릴수 없죠… 회고록 연재가 이르다고요? 인생 전반전에 대한 보고서죠
“이젠 ‘원 오브 뎀(one of them)도 할 수 있다.”

톱스타 박중훈은 최근 각종 인터뷰에서 ‘조연’으로 기록됐다.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를 통해 그는 마치 조연처럼 비쳤다.

설경구와 하지원, 엄정화 등과 함께 한 ‘해운대’에서 그의 역할은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지진해일이 몰아칠 것임을 예견하며 그 막대한 피해를 경고하는 해양 지질학자. 재난 블록버스터들이 대체로 그렇듯 많은 인물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가운데 박중훈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박중훈은 그래도 자신 스스로 ‘조연’으로 못박아 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칠 수 있어도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공동주연이라 하더라도 조연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원 오브 뎀’이 됐다는 것일 뿐”이라는 그는 “워낙 원 톱(주연이 한 두 사람인) 영화와 나만 부각되는 영화”가 많았고 “조연도 하겠다고 천명한 지 오래다”며 웃는다.

그는 기자에게 영화에 대해 물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그가 거대 지진해일의 위험 속에서 딸에 대한 부성애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말해주자, “역시 아빠들이 그래”라며 기자의 나이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40대가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 왜 그런가.

“아직 건강한 연령대 아닌가. 또 멀긴 했지만 인생을 알아가는 초입이기도 하고. 여전히 청년의 느낌도 있다. 20대는 어느 것이라도 할 수 있다. 30대는 그 가능성이 많은 나이고, 40대는 여전히 많다. 20대 땐 많이 싸웠고 30대엔 여유로웠다. 이제 40대 중반인데 아이들도 성장하고 남 생각도 할 줄 알게 됐다. 고즈넉하고 편안하다. 그럼 50대 땐 어떨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불혹(不惑)의 의미를 이제 알겠다. 유혹에 흔들리면 안되는 거다.”


- 박중훈이란 사람에게 유혹이란 뭔가.

“예쁜 여자를 보면 흔들린다. 그렇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과 같다. 화내고 싶은 유혹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나이다.”(이 답변을 그대로 기사화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는 “그럼. 그런 물음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그 정도 유혹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우문 끝 현답이 날아왔다.)


- 배우로서 박중훈에게는 어떤가.

“배우는 현실과 판타지를 이야기한다. 또 배우가 이성(異性)의 긴장감을 잃는 순간 매력은 반감한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기혼의 상태에서 창작 행위를 한다는 면에서는 약간 손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식의 상황에서 살아가야 한다. 한 가정의 가장이 느끼한 표정이나 짓고 다니면 무책임한 거다. 나도 파격적으로 젊게 옷을 입는 법을 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무책임하다.”


-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가.

“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거다. 정말이다. 내게 그 이상 좋은 여자는 없다. 29살에 결혼했는데 그런 생각은 좀 한다. ‘좀 더 싱글 기간이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 모 영화 전문지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다. 좀 이르지 않나.

“재미있지 않나? 읽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재미있으면 된다. 이르다, 부족하다, 과하다 등을 가르는 잣대는 자연스러움의 여부에 있다. 회고라기보다는 마라톤 반환점을 도는 느낌이다. 일종의 전반전이다.”


- 전반전에 대한 촌평이 한 마디로 한다면.

“좌충우돌 끝에 수비력을 갖추기 시작하다.”


- 수비력이라.

“인생을 축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수비는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수비가 있어야 공격도 가능한다. 20, 30대에 비해 내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안다. 관객들의 나이는 항상 젊다. 반면 난 나이를 먹어간다. 신선함에선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또 친숙함이란 것도 있다. 그건 어느 배우나 마찬가지다. 이젠 신비감이 아니라 진솔하게 (대중에게)다가가는 게 좋다.”


- 아이가 셋이다.

“중학교 1년생 아들과 초등학교 6년생 딸 그리고 이제 1학년인 딸이 있다. 모두 잘 커나가길 바랄 뿐이다.”


- 공부하라고 말하는 편인가.

(그는 기사화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학부모로서 그의 자녀 키우기 방식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기사화하겠다고 말해주었다.)“하지 않는다. 자라면서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하다. 그저 내가 책이든 무엇이든 많이 읽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럼 알아서 배우지 않겠나.”


- ‘해운대’의 흥행 말고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

“몸이다. 한 달 정도 트레이너와 함께 오지를 찾아가는 걸 생각해보고 있다. 내 소원이 뭔지 아나. 직업 여행가가 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여행사 여행개발팀장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실크로드, 아프리카, 남미 등 평소 잘 가지 못하는 여행지를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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