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주연보다빛난명품조연우현친근외모·감칠연기끝내줘요

입력 2009-09-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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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갔을 때 그 곳의 대표 음식 보다 오히려 기본으로 곁들여 주는 찬이나 다른 음식이 더 입맛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설렁탕집에서 깍두기의 맛에 반하거나, 화려한 일품 요리 보다 젓갈 맛이 더 각별한 인상에 남는 한정식집이 그런 경우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월드스타 또는 한류스타가 주연을 맡았다던가, 아니면 해외영화제 수상 감독 연출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영화를 보며 폭소를 터트리거나 아니면 극장을 나선 뒤 오래 기억이 남는 경우는 오히려 주인공보다 극중 비중이 적은 조연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영화 시작 타이틀에서 주인공들에 이어 등장하는 이름 중 친숙한 배우를 발견했을 때 숨겨둔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본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장면에 등장할까.’

출연 분량이나 비중은 당연히 주연급보다 적다. 하지만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그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풍미를 좌우하는 향신료 역할을 한다.

다양한 연기활동을 통해 시나브로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배우중 일부는 ‘명품조연’이란 수사를 달며 어지간한 주연급 연기자보다 더 높은 지명도를 누린다.

이문식, 이원종, 김뢰하, 안내상, 조희봉, 김수로, 박철민 등은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만난 ‘명품조연’이다. 물론 이들 중 몇몇은 이제 조연으로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로 주연급 스타가 됐다.

요즘에는 또 한 명의 조연급 스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래서 스크린에서 그를 만날 때 반가움과 함께 은근한 기대를 갖는다. 바로 우현(45·사진)이다. 만약 이 이름만 듣고 스크린 속 모습을 바로 떠올린다면 당신은 엄청난 한국 영화 마니아다.

그러나 우현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 영화 ‘황산벌’에서 백제 의자왕의 호통에 “지들이 뭐 잘 해준게 있다고…”라고 투덜대던 대신, ‘잘 살아보세’에서 안내상의 다소 모자란 형, ‘시실리 2km’에서 임창정에게 마지막에 대들다가 된통 당하는 부하, ‘왕의 남자’의 내관, 그리고 TV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산쵸를 생각해 보면 된다.

어찌 보면 순박하고 달리 보면 조금 어수룩한 인상, 하지만 그는 이렇게 친근감(?) 넘친 외모에 어떤 캐릭터든 감칠맛 나게 풀어가는 연기력을 담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지만 뚜렷한 족적으로, 느리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우현과 같은 배우들을 극장에서 만날 때 한국 영화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비록 나만의 착각일지는 모르지만.

P.S.=우현은 역시 스크린 조연 스타로 안방극장까지 진출한 안내상과 연세대 신학과 동기이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le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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