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입설까지…공영방송 총체적 위기

입력 2014-05-1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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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전 보도국장(위 사진 왼쪽)-PD 교체로 논란에 휩싸인 MBC 드라마 ‘호텔킹’. 사진|동아닷컴DB·MBC

김시곤 전 보도국장 외압 폭로 이어
길사장 신임 투표 98%가 ‘불신임’
곧 총파업 투표…파행 장기화 될듯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방송을 향한 기자들의 반성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PD들의 요구, 더불어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함께 격랑에 빠진 공영방송이 논란을 딛고 위상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 KBS, 공정성 논란부터 청와대 보도 개입설까지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의 공정성 문제로 촉발된 논란이 청와대 보도 개입설로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비교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16일 밤 KBS 기자총회에서 재임 시절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청와대로부터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등 요청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사퇴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길 사장은 이날 KBS 1TV ‘뉴스9’를 통해 “김 전 국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19일 오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해온 KBS 구성원들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자들의 사장 퇴진 요구와 보도본부 보직부장들의 사장에 대한 항의 사퇴가 이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새 노조)는 18일 미술비 용역 계약과 출장비 등과 관련한 길 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19일 길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오후 6시부터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15일부터 17일까지 1224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사장 신임투표에서 “97.9%(1081표)가 불신임했다”고 밝혔다.


● MBC,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

자사의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MBC 기자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공정성 회복을 위한 1인 시위가 이어졌다. MBC 보도국 소속 기자 121명이 12일 자사 보도에 “부끄럽다”며 성명을 냈다. 또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MBC 로비에서 안광한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드라마본부에서는 한창 드라마 연출 중이던 PD가 일방적으로 하차당했다. 최근 주말극 ‘호텔킹’ 연출자가 김대진 PD에서 최병길 PD로 느닷없이 바뀌었다. 이에 드라마 PD들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작가의 협박에 따라 강제 하차당한 연출자의 즉각 복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사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책임져야 할 윗선은 가만히 있다. 답답할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PD들은 19일 총회를 열어 이번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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