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TV 뽀개기] 육아 예능에도 부는 여풍(女風)…‘全국민의 딸바보화’

입력 2014-05-19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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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 캡처, 차태은

항간에 떠도는 육아격언(?) 중에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 혹은 '부모님 비행기 태워주는 건 아들 아닌 딸'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딸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현실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쟁터라고 불리는 주말 예능에서도 딸들의 종횡무진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보다 훨씬 애교 넘치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매력을 보여주며 전국민을 이른바 '딸바보'로 만들고 있다.


●추사랑-정세윤: 외모는 깜찍, 행동은 털털한 반전 매력

육아 예능의 선두주자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1기 때까지만 해도 김민국, 성준, 윤후 등 아들들의 활약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에 이들은 지난 연말 연예대상까지 수상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2기가 출범하는 시기에 KBS2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귀여움으로 무장한 한 명의 여자 아이를 내세웠다. '추블리' 추사랑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MBC, KBS 방송 캡처


추사랑은 아빠 추성훈을 닮은 얼굴과 엄마 야노 시호에게서 배운 애교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또한 깜찍한 미소와 사뭇 다른 식탐으로 '추사랑 먹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는 위력을 보여줬다.

이런 추사랑의 활약이 이어지자 '아빠 어디가' 2기는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맏형이 된 윤후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걸었다.

결국, '아빠 어디가'는 추사랑의 대항마를 섭외한다. '한국의 수리 크루즈'로 알려진 배우 정웅인의 딸 정세윤을 출연시킨 것.

최근 첫 여행을 떠난 정세윤은 합류 전부터 예쁘장한 외모와 다른 식탐으로 또 한 명의 먹방 스타를 예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가 주를 이룬 '아빠 어디가' 아이들 속에서 정세윤이 등장하자 관계도가 복잡해지면서 새로운 재미가 탄생했다.

이에 '아빠 어디가'는 지난 2주 동안 정세윤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며 일요 예능 코너별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하루-성빈: 순수함에 엉뚱함 갖춘 출구 없는 매력


앞서 언급된 추사랑과 정세윤이 시청자들의 시각을 자극한다면 이하루와 성빈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두드리는 딸들이다.

먼저 이하루는 랩퍼이자 작사를 하는 아빠 타블로와 연기파 배우인 강혜정의 감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다. 이에 하루는 엄마 강혜정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꼭 품에 안는가 하면, 하늘을 향해 고인이 된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외치는 감수성으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또한 스스로 비트를 만들어 자신의 이름인 하루를 외쳐 그럴듯한 멜로디를 만들거나, 물고기를 좋아하면서도 먹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이하루의 4차원 매력에 대항할 수 있는 아이는 누구일까. 바로 '아빠 어디가' 2기의 성빈 뿐일 것이다.

사진│MBC, KBS 방송 캡처


성빈은 '아빠 어디가' 1기 당시 형제 특집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얌전하고 점잖은 태도로 '성선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오빠 준과는 달리 성빈은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빈므파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어 성빈은 2기의 고정 멤버가 되자 안리환, 김민율, 윤후 등과 같은 쟁쟁한 오빠들을 제치고 '아빠 어디가' 2기의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이런 활약은 아들 성준을 데리고 다녔을 때와는 다른 성동일의 모습을 드러내게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굳이 기사를 통해 언급된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종편과 지상파, 케이블 등에서 딸들이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엄청나다. 18일 방송된 '1박 2일'에서는 차태현의 딸 태은이가 잠깐의 등장에도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종편 채널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들이 연예인 부모와 언쟁을 벌이며 맹활약 중이다.

부디 예능에서 펼쳐지는 딸들의 활약에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제작진 역시 오로지 시청률만을 위해 어린 소녀들을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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