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 “도가니에 갇혀있던 나…변신에 두려움 없었다”

입력 2014-07-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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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즐기며 자기관리를 해온 장광은 “다양함으로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여전히 불타오르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꽃할배 수사대’로 코믹 이미지 반전 장광

연기자는 무엇보다 다양성 인정 받아야
영화 ‘도가니’ 악역 이미지 쇄신 기회로
가족이 가장 짠 관객…딸의 조언 큰 힘


외모에는 세월의 흔적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목소리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다. 배우 장광(63)의 목소리에서는 젊음과 지난 청춘 기운이 배어나왔다. 1977년 KBS 성우로 데뷔해 수백편의 애니메이션과 외화 더빙, 연극, 영화, 드라마에서 맹활약했다. 진중하거나 무겁거나 혹은 무서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현재 출연 중인 케이블채널 tvN 금요드라마 ‘꽃할배 수사대’ 속 장광은 또,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배불뚝이 할아버지로 바뀌어버린, 과거 ‘몸짱’이었던 20대 형사가 그의 모습이다. 핑크색 털모자에 어수룩한 표정. 귀엽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반응을, 장광은 기다렸다. 물론 대만족이다.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영화 ‘도가니’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었다. 어벙할 정도로 인간적이고 푸근한 인상을 주고 싶었는데 마침 제의가 들어왔고, 이미지 반전의 기회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변신에 두려움은 없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은 장광을 ‘도가니’로 기억한다. 어린 학생을 상대로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교장. 영화 속 그의 섬뜩한 눈빛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만큼 스스로 “변신”에 대한 갈망이 컸던 찰나, 영화 ‘음치클리닉’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연출자 김진영 PD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영화 속 코믹한 모습을 좋게 본 것이 아닐까 추측하지만. 정식으로 물어본 적은 없다”며 웃는다.

적잖이 ‘도가니’의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나보다. “변신”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벌써 4년째다. 알아봐주면 고맙지만 연기자에게 고정된 이미지는 걱정이다. 더한 악역을 맡더라도 스스로 변화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애매모호한 캐릭터 분석은 연기자에게 가장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연기자는 다양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장광과 함께 좌충우돌 수사를 벌이는 ‘꽃할배 수사대’의 변희봉·김희철·이순재(왼쪽부터). 사진제공|tvN


40여년의 연기 인생을 살아오면서 장광도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자신이 편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가 바로 적신호다. “안주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캐릭터라도 미세한 차이를 줄 수 있도록 “계속해 변화를 시도”한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연극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연극은 “장광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가족이다. 하지만 “가족이 제일 짠 관객”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가장 잘 찾아낸다. 그 중에서도 딸이 제일 무섭다. 정확하게 꼬집어낸다”고 혀를 내두른다.

장광의 딸은 MBC 공채 개그맨 19기 정윤희. “통편집을 피하는” 특훈을 받고, 드라마에서 걸그룹의 춤을 춰야 하는 장면에서는 딸이 구해준 영상과 포인트를 찍어준 딸의 조언을 받기도 한다.

연기를 위해 변신을 즐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연기가 좋고 재밌다.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은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낼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면….”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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