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막장] “‘그 질문만은…” 스스로 배우의 가치 떨어뜨리는 아이돌 소속사

입력 2015-03-13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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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뮤지컬배우 려욱. 동아닷컴DB.

울화가 터졌다. 13일 오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려욱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뮤지컬 ‘아가사’에서 꼬마탐정 ‘레이몬드’로 분한 그를 취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당일 오전, 뮤지컬 제작사로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려욱의 소속사에서 질문지를 미리 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SM 출신 뮤지컬 배우들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서투른 이들이기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몰라 그러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질문지는 일종의 ‘검사’다. 기자가 작성한 질문지를 훑어보며 펜으로 O, X를 쳐가며 해야 할 질문과 안 해야 할 질문을 정해준다. 예를 들면 열애설이나 사생활 같은 시시콜콜한 농담 반 진담 반과 같은 질문은 사전에 막는 무례한 행동을 펼치기 일쑤다.

려욱 같은 경우 아이돌 배우에 대한 편견 기사가 너무 많이 나와 그렇다는 해명 아닌 변명을 한다. 사실 질문지에는 ‘아이돌에 편견’ 같은 것은 없었다.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도전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그런 고리짝 때 이슈를 가지고 아직도 쩔쩔매는 소속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아이돌이지만 수많은 인터뷰를 한 스타들인데 괜한 걱정이 아닌가 싶다.

이미 SM 엔터테인먼트엔 슈퍼주니어 규현, 성민, 려욱, 소녀시대 서현, 써니 등 훌륭한 뮤지컬 배우들이 있다. 비록 초반에는 연기 부족과 연습 부족 등 뮤지컬 장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도전해 혹독한 비난과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이젠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엿한 뮤지컬 배우다.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동료 배우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티켓 파워도 강해지고 있다. 아무도 그들을 ‘실력 없는’ 아이돌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뮤지컬 배우가 아닌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의 소속사가 아닌가 싶다.

언론에게 공개되는 뮤지컬 프레스콜 현장에서 아이돌 가수들은 흔히 “무대에서는 가수 ○○○가 아닌 뮤지컬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아이돌 가수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인터뷰 때마다 이런 사소한 ‘아이돌’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속사가 정작 그 꼬리표를 떼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할 뿐이다.

기자에겐 질문은 의무다. 늘 ‘왜’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기에 그를 중심으로 일어난 화제의 일들이나 사건에 대해 물어야 한다. 그것이 불편한 질문임에도 말이다. 또 인터뷰는 취재원과 취재자의 질문과 답변의 시간이 아니다. 공감과 교류의 시간이다. 작품이야기 뿐 아니라 인터뷰이가 어떤 생각을 사는지, 그의 삶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터뷰다. 단순히 작품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출발점이 잘못됐다. 기자들 사이에서 SM 소속 뮤지컬 배우들의 인터뷰가 늘 뻔하다는 소문이 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터뷰이로서 배우를 망치는 것은 다름 아닌 소속사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뮤지컬 막장]은 뮤지컬은 ‘막’과 ‘장면’으로 이뤄진 작품이라 생각하며 만든 코너 이름으로, 다양한 뮤지컬 콘텐츠와 공연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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