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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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견우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 그 시절의 ‘그녀’가 없다. 원조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 비구니가 되어 떠난 자리는 빅토리아가 채웠다.

차태현과 빅토리아가 의기투합해 찍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차태현과 전지현의 케미가 빛났던 ‘엽기적인 그녀1’(2001)의 속편이다. 원조 엽기적인 ‘그녀’(전지현)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 이후 새롭게 찾아온 초등학생 시절 첫사랑 ‘그녀’(빅토리아)와 ‘견우’(차태현)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과거의 차태현은 “전지현 없는 ‘엽기적인 그녀’ 후속편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단호하리만큼 확고했던 그였지만 오랜 고민 끝에 ‘엽기적인 그녀2’의 출연을 결정했다. 대체 왜, 무엇 때문일까.


Q.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과 우려가 따르는 작품이었다. 전작과의 비교가 뒤따랐는데 부담 없었나.

A.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하나도 없었다. ‘엽기적인 그녀1’을 뛰어넘으려고 선택한 작품이 아니다. 아마 ‘엽기적인 그녀’만큼 훌륭한 영화를 하나라도 더 찍는다면 내 연기 인생에 더 이상 이룰게 없을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1’은 그만큼 나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캐릭터 간의 케미와 오락성 그리고 감독님의 능력과 음악 등을 볼 때 내 작품 가운데 ‘엽기적인 그녀’를 뛰어넘는 영화는 없었다.


Q. 그럼에도 ‘엽기적인 그녀2’에 출연한 이유는.

A. 견우가 정말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찍기 전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아내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은 출연을 반대했다. 전지현이 안 나온다는 것에 대해 미안했고 ‘엽기적인 그녀’를 인생 영화로 본 관객들에게도 미안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내는 영화를 보고 나서 ‘선택하길 잘했다. 재밌네’라고 하더라. 아내가 객관성을 많이 잃어서 크게 도움은 안 된다. 그래도 아는 사람 중에 최측근이자 일반인이라 아내의 의견이 되게 중요하다(웃음).


Q.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를 꼽자면.

A. 극 중 배성우 형이 신혼집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가 기억에 남는다. 다 같이 잘 만든 장면 같다. 평소 웃는 것 때문에 NG를 내는 스타일은 아닌데 촬영할 때 정말 웃었다. 성우 형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정말 웃기더라. 디테일한 행동은 현장에서 다 만들었다.


Q. 현장에서 빅토리아를 많이 배려해줬다고 들었다.

A. 배려라기보다 중국사람인 빅토리아가 한국말로 연기해야 하니까 다른 배우와 연기할 때보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사를 하다가 발음이 어렵거나 어색한 부분은 현장에서 고쳤다. 후시 녹음에서도 다시 또 고쳤다. 아, 여배우 후시녹음 현장에 간 건 처음이었다. 빅토리아가 가수라 그런지 듣는 귀가 좋아서 금방 잘 하더라.


Q. 기자간담회 당시 “견우에게서 실제 내 모습이 보였다”고 고백했는데.

A.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가끔 견우가 보일 때가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그게 내 스타일이니까 당연히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코믹한 장면에서 순간 내 자신이 보이더라. 예능이랑 겹친다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면서 내 모습을 본 경험은 흔치 않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다.

배우들이 예능을 하면 연기 활동과 관련해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느냐. 그래도 나는 큰 틀 안에서는 밝은 영화와 캐릭터를 많이 해서 다른 배우들보다는 예능을 편하게 오래 할 수 있었다. 이번에 보고 나서는 고민되더라. 작품에서 저렇게 예능 속 모습이 보이는 게 괜찮은 건가 싶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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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한 대로 밝은 작품 위주로 해왔다.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작품은 어떤가.

A. 정말 하고 싶다. 다른 이미지에 도전하는 것도 환영한다. 그런 역할이나 신뢰감이 있는 감독님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좋을 것 같다.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 등 탁감독(김영탁 감독)과 한 작품들도 좋았다. 그의 감성이 좋기도 하고 작품도 재밌었다. 탁감독은 나에게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Q. 예능 이미지와 상반된 스릴러 영화가 들어온다면.

A.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서 변신해야한다면 과감하게 결정할 것이다. 혹시나 작품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예능에서 하차할 수도 있다. 나는 배우니까.


Q. 배우로서 목표가 궁금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A.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예전에 성공한 것 같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 ‘10년 동안 무명이어도 서른 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5~6년 만에 주연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왔다. ‘주인공이 되어서 스타가 되고 평생 연기하고 싶다’가 꿈이었다. 아직 평생은 모르겠지만 나머지를 이루고 난 다음에는 이후의 것을 생각해본 적 없다. 더 이상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