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러볼뮤직
황보령은 2014년 어쿠스틱 미니앨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을 냈지만, 밴드 황보령=SmackSoft가 앨범을 낸 것은 2012년 5집 ‘Follow Your Heart’ 이후 4년만이다.
27일 발매된 ‘Urbane Sanity’는 작가주의 아티스트 길을 올 곧게 가고 있는 황보령과 밴드 멤버들(기타 최희재, 베이스 신지용, 드럼 DeAnthony Nelson JR.)이 작심하고 만든 ‘사랑과 긍정’의 선물보따리ek.
타이틀곡 ‘night sky_저녁하늘’을 비롯해 총 11곡이 담겼고, 앨범 재킷 촬영은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맡았다.
앨범 제목 ‘Urbane Sanity’는 ‘근사한 올바른 정신’이라는 뜻으로, 상처받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생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자는 밴드의 바람을 담았다. 그래서 앨범 전곡에는 그동안 황보령 음악의 메인 주제와는 거리가 있던 ‘사랑’과 ‘긍정’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연주에 중심을 뒀던 이전과 달리 메시지를 전달하는 황보령 보컬 곡의 비중이 확연히 늘어난 이유다.
1번 트랙 ‘together’는 시작부터 황보령의 나른한 음색이 귀를 확 잡아맨다. 제목 그대로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새 앨범의 막을 연다. 이어지는 ‘not a love song’은 흔히 상상하는 그런 뻔한 사랑노래가 아니라 내 주위의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사랑한다는 노래다.
타이틀곡 ‘night sky_저녁하늘’은 황보령이 이미 20대 초반 때 만들어놓았던 곡으로, 물에 빠진 사람이 풀 한포기 잡는 심정으로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을 움켜잡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KBS ‘톱밴드3’ 우승팀인 아시안체어샷의 리드보컬 황영원이 코러스에 참여해 색다른 하모니를 들려준다.
‘사랑했어요’는 밴드 황보령=SmackSoft 정규앨범에서는 좀체 경험하기 힘든 커버곡으로, 유연하게 변화된 황보령의 파격적 행보를 보여준다. 절규하듯 사랑을 갈구했던 고(故) 김현식에 비견되는 황보령의 덤덤한듯 절절한 솔로 보컬은 듣는 이의 심정을 그대로 저격한다.
앨범에는 이밖에 안전지대의 ‘슬픔이여 안녕’에서 영감을 받은 ‘beyond sorrow’, 세월호 사건이나 인종차별 작태 등을 겪으며 신의 무능력함을 질타한 ‘remember_dreamer of myths’,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로빈 윌리엄스 , 프린스 등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지난해 겨울 타계한 황보령의 부친을 포함해)을 추도하는 ‘you are there_R.I.P.’ 등이 담겼다.
황보령은 “지금까지 내 화두는 ‘삶과 죽음’이었는데 이제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면 그나마 덜 힘들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을 앨범에 담았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프랫 인스터튜트를 졸업한 조소작가이기도 한 황보령은 지난 1998년 1집 ‘귀가 세개 달린 곤양이’로 음반 데뷔했다. 황보령은 그동안 발표한 앨범과 무대를 통해 ‘압도적인 예술성’, ‘한국 록의 진보적 실험정신’, ‘황홀경으로 안내하는 신비한 에너지’ 등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한국 아트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1년에는 밴드 황보령=SmackSoft를 결성, 팬들과 평단의 극찬을 한몸에 받은 2집 ‘태양륜’(2003년)을 발표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