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권위 잃은 연말 가요대전, 3사 통합 어때요?

입력 2017-01-0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보다 질로 승부할 때!’ 연말 지상파 방송 3사의 가요축제를 통합해 개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열린 ‘2016 SAF 가요대전’ 진행자 유희열(왼쪽)과 소녀시대 유리 모습. 동아닷컴DB

양으로 승부하는 아이돌 무대공연 씁쓸
‘프로듀스101’처럼 신예들 줄세운 느낌

지난달 26일 SBS ‘2016 SAF 가요대전’은 신예 아이돌 그룹 12개팀, 총 91명을 무대에 세웠다. KBS 2TV ‘가요대축제’에서도 걸그룹 4개팀 31명이 합동무대를 꾸몄다. 지난 연말 지상파 방송 3사의 대형 무대는 이처럼 아이돌 그룹을 대거 동원해 양으로 승부하는 듯한 무대 연출로 보는 이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작년 초 101명의 가수 연습생들이 꾸민 엠넷 ‘프로듀스101’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로듀스101’이 배출한 프로젝트팀 아이오아이를 1년 내내 출연시키지 않았던 SBS가 그 비슷한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했다. 물론 서로 다른 팀끼리 연합하는 컬래버레이션은 연말 무대의 전통적 아이템이긴 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엠넷 ‘슈퍼스타K’ 열풍에 편승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앞 다투어 제작했던 점을 돌아보면, 신인급 걸그룹 여러 팀을 동원한 무대는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은 과거 ‘10대 가수 가요제’로 대표되는 연말 가요축제의 영광과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현재 연말 대형 무대는 엠넷 ‘MAMA’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규모도 크고, 평소 볼 수 없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를 준다.

가수들에게 연말 무대는 자존심을 내건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제각기 다른 날짜와 연출에 맞춰 2∼3주일은 꼼짝없이 무대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연말은 각종 송년 행사도 많아 가수들에겐 대목으로 꼽히지만, 방송 무대 연습과 출연을 위해 일정을 고스란히 비워둬야 해 그 기회비용도 크다.

이제 그 영광과 권위 회복을 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주최를 제언한다. 3사가 3년에 한 번씩 주관 방송사가 되어 연출 및 방송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무대의 완성도도 높이고 권위도 살릴 수 있다. ‘3사 통합’이란 무게감이 우선 가수들의 참여 의지를 북돋우고,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방송사 측도 서로 ‘좋은 무대’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나아가 3사가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과정을 내건 통합 시상식까지 펼친다면 명실상부한 가요계 연말 최대 축제가 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