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벌써일년… ‘응팔’ 후 류준열에게 찾아 온 변화

입력 2017-01-31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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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6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종영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그리고 영화 ‘더 킹’의 주연 배우 류준열을 만난 날이기도 하다.

류준열에게 ‘응팔’은 여러모로 뜻 깊은 작품이다. 류준열은 영화 ‘소셜포비아’(2015)를 통해 데뷔한 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작해왔다. 이 가운데 그의 이름 석 자를 알린 대표작은 단연 ‘응팔’이다.

‘응팔’ 캐스팅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류준열은 방송 이후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단숨에 시청자들을 매료했다. 담담하게 내뱉는 대사, 깊은 눈빛, 친근한 인상이면서도 때로는 날카로운 눈빛. ‘더 킹’ 한재림 감독 또한 ‘응팔’ 속 류준열을 보고 그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응팔’과 ‘더 킹’ 사이 고작 1년이다. 그 사이 류준열은 지상파 미니 시리즈 남자 주인공(운빨 로맨스)을 맡고 사계절 장기 프로젝트의 주연(리틀 포레스트)을 꿰찰 만큼 성장했다. 영화 ‘더 킹’에 정우성 조인성 등과 함께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고 현재 대선배 최민식(침묵) 송강호(택시 운전사)와 호흡을 맞춘 작품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오디션에서 “가진 건 몸뚱아리”라고 말하던 이 청년은 이제 작품을 ‘제안’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해맑게 웃으며 “내가 피곤한가 아닌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잠자리에 누울 때도 내일 찍을 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정말 재밌다”라고 말한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필모그래피 안에서 류준열의 ‘응답’은 계속되고 있다.


Q. 정말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군요.

A. 제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만 하고 있어요. 달릴 때라서 혹은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서 작품을 쉼 없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책을 읽는 것, 작품 하는 게 정말 행복해요.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는 것도 감사하죠. ‘바쁘지 않냐’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정말 의미가 없어요.


Q. ‘응팔’로 스타덤에 올랐어요. 이후 행보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고민을 하면 할수록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한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애초에 고민의 끈을 잘라버렸죠. ‘지금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것을 하자’ 싶었어요.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도 영화 찍는 게 정말 재밌어요. 잠자리에 누웠을 때 내일 찍을 신과 내가 맡은 역할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죠. 정말 행복해요.


Q. 출연 제의가 많았을 텐데 ‘더 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첫 번째는 시나리오예요. 흥미로웠어요. 원래 책을 늦게 읽는 편인데 ‘더 킹’은 훌훌 빠르게 읽을 정도로 재밌더라고요. 역할의 비중은 크게 의미 없었어요.


Q. 완성본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A. 늘 제 연기를 보면 어색하고 부끄러워요. 작품은 고민하고 한재림 감독님과 이야기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대부분의 조폭 영화는 전형적이잖아요. ‘더 킹’도 검사와 조폭이 등장해서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전형적인 인물로 표현되지 않아서 좋았어요. 감독님이 ‘조폭과 검사가 구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검사 박태수(조인성)와 제가 연기한 조폭 최두일이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거죠. 조폭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검사처럼 보일지 고민했어요.


Q. 전라도 사투리로 연기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A. 어머니가 군산 출신이세요. 저는 서울 출신이지만 외가 친척들과 이야기할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편이죠. 그래서 촬영할 때 걸림돌은 없었어요. 연기할 때는 자신감 있게 했는데 막상 영화로 볼 때는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Q. 처음부터 조인성과 극 중 친구 관계였나요.

A. 네. 그렇다고 따로 분장을 하진 않았어요. 대신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촬영했죠. 세수하고 로션만 찍어 바른 상태로요(웃음). 조인성 선배가 오래 활동하셔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몇 살 차이 나지 않더라고요.


Q.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A. 선배가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아무래도 후배가 다가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선배가 스스럼없이 대하려고 애써주셔서 저도 거기에 맞췄죠. 술은 잘 못하지만 술자리에 함께하기도 하고요. 신인으로서의 어려움에 대해 많이 이야기 나눴어요. 신인 시절 모든 게 힘들었거든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민이 많았죠. 선배가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초심 잃지 마라. 누구나 처음에는 잘하지만 항상 이후가 문제다’라고 조언해주셨죠.


Q. 주인공 욕심을 부릴 만도 한데 말이죠.

A. 그런 생각을 했다면 ‘더 킹’에 못 들어갔을 거예요. 이 자리도 없었겠죠. 아직까지는 크게 욕심은 없어요.


Q. ‘더 킹’은 류준열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A. 소중한 손가락? 하하. 드라마 영화 구분 없이 모든 작품을 아껴요. ‘더 킹’도 어떤 의미를 두진 않으려고 애 쓰고 있어요. ‘더 킹’도 ‘응답하라 1988’도 ‘운빨 로맨스’도 모두 저에겐 사랑스러운 작품들이죠.


Q. ‘응답하라 1988’이 종영한지 딱 1년 되는 날(인터뷰 당시 기준)이에요.

A. 그러게요.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어젯밤 그 사실을 알고 기분이 묘했어요. 여러 감정이 섞이더라고요. 큰 의미를 안 두려고 했는데 둬야겠더라고요.



Q. 30대에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혹자는 뒤늦게 빛을 봤다고 하기도 하죠.

A. 저는 제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학을 다니면서 휴학도 한 번 해보고 군대도 다녀오고…. 1~2년 독립 영화 하다가 자연스럽게 넘어왔잖아요. 빠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보통의 시기’라고 생각해요. 부담도 없어요.


Q. 어떤 얼굴의 배우가 되고 싶나요.

Q. 아무것도 아닌 얼굴을 가지고 싶어요. ‘친척오빠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친척오빠는 가까운 사람도 아니고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는, 그러나 편안한 느낌이잖아요. 그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이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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