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해빙’ 조진웅은 어떻게 매너리즘을 극복했나

입력 2017-03-02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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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에 맞춰 다양한 신작이 쏟아진 가운데 조진웅 주연 영화 ‘해빙’이 정상에 올랐다. 이 작품은 1일 개봉과 동시에 38만 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품에 안았다. 역대 3월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25만 명을 동원한 동시기 경쟁작 ‘로건’(박스오피스 2위)과는 약 7만 명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조진웅이 불안함에 전전긍긍한 시간이 무색할 정도의 멋스러운 성적이다. 개봉 직전 인터뷰 당시 조진웅은 “나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겸허해진다” “‘해빙’이 버림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무척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고도 했다.

“완성본을 보고 이정표 따라 잘 완주한 느낌을 받았어요. 의도한 방향대로는 온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안도합니다. 겸허해지네요.”

조진웅은 ‘해빙’을 [스릴러 셰프가 만든 시그니처 메뉴]라고 표현했다.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을지라도 독특한, 고유의 영화라는 것. ‘베스트 원’이 아닌 ‘온리 원’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렇게 주인공의 어두운 심리를 느끼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면서 “이렇게 깊이 들어갈 줄 몰랐다. 내 민낯이 다 드러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해빙’은 조진웅에게 매너리즘(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으로부터 해방감을 안겨준 영화다. 다작 배우 중 한 명인 그는 ‘해빙’ 전까지 오랜 기간 연기에 대한 매너리즘을 고민해왔다고 고백했다. 필모를 쌓아오면서 고민은 더 크고 깊어졌다. ‘해빙’을 찍을 때는 외롭고 예민한 승훈을 연기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씩 슬럼프를 느꼈다. 작업 과정은 괴로웠지만 오히려 배우로서는 신명나는 시간이었다.

“‘아, 안 해!’ 싶다가도 잘 넘기고 나면 ‘내가 배우 안 했으면 뭘로 먹고 살았겠나’ 싶더라고요. 승훈은 캐릭터를 입기 참 힘들었어요. 저에게 안 맞았거든요. 감독님을 잡고 매달렸죠. 제가 승훈에게 맞춰가야했죠. 또 심적인 에너지의 폭은 굉장히 컸어요. 말할 수 없는 내면의 공포감과 불안감을 미묘하게 건드려야 했죠. 계산되지 않은 연기가 나올 때도 있었어요. 신명나고 행복하더라고요. 참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후반부 롱테이크로 촬영한 취조실 장면에 대해서는 “확실한 만족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까지는 갔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 속 조진웅은 무기력하다가도 광기 어린 눈빛과 마구 떨리는 디테일한 손짓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폭발적인 에너지는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만족스럽다고는 못하겠는데 그 지점까지는 간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제가 집중할 수 있게 암막을 쳐주시더라고요. 덩그러니 혼자 있는 공허함을 느꼈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죠. 연극할 때가 생각나서 좋았어요.”


“배우는 연기해야한다”는 신조의 조진웅은 올해도 어김없이 ‘열일’한다. 영화 ‘보안관’ ‘대장 김창수’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는 ‘공작’이 한창 촬영 중이다. 조진웅은 배우와 작품을 농사꾼과 열매에 비유하면서 “좋은 열매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짓고 수확도 해야죠. 올해는 또 어디에 농사를 지을지 고민 중이에요. 연극이요? 암요~ 당연히 연극도 해야죠. 제 전공이 연극이잖아요. 하하. 연극은 (고향인) 부산에서 할 거예요. 언제가 될지 기약은 못하겠어요. 제가 연극하면 다 죽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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