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 인터뷰②] 이현욱 “깡으로 시작한 연기…매력적인 배우 되고 싶다”

입력 2017-03-09 17:2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긴장되는 순간. 게임을 시작하지-

오늘의 ‘남사친’ 주인공은 배우 이현욱입니다. 조각 같은 턱선, 날렵한 눈매 그리고 밝은 갈색 눈동자. 첫인상은 날카로운 느낌이지만 알고 보면 오로라와 말괄량이를 사랑하는 ‘반전남’입니다. 오락실에서도 그의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는데요. “나 잘 못해~”라고 하더니 어느새 초 집중! 비행기 게임에서는 고수들의 기록을 모두 엎고 랭킹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깡다구 하나로 배우가 됐다는 말대로 승부욕이 어마어마했는데요. 박진감 넘치는 이현욱의 오락실 데이트, 함께 떠나볼까요?

‘스타 매력 대방출’ 프로젝트(부제-들어올 땐 네 맘이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남사친’ 이현욱과 나눈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해당 기사는 친구 사이의 수다 콘셉트에 따라 반말로 작성됐습니다).

최윤나 기자(이하 최 기자) : 안녕~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이현욱 : 나야 작품하면서 지냈지. 주로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말이야. 평소 생활 스케줄이 단순해. 연극 연습이 끝나면 늦은 밤이라 뭘 할 수는 없고 집과 연습실만 오가는 패턴이야. 하루 정도 쉴 때는 게임을 하거나 가볍게 바람을 쐬러 가곤 하지.

정희연 기자(이하 정 기자) :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잘 봤어. 이후에는 ‘트루웨스트 리턴즈’ ‘올드위키드송’ 그리고 지난주 공연을 시작한 ‘유도소년’까지 연극을 꾸준히 했더라. 영화와 드라마 등 더 다양한 매체에서 보고 싶은데 조금 아쉬워.

이현욱 : ‘연극만 해야지’ 이런 마인드는 아니야. 꾸준히 오디션은 많이 보고 있어. 공연할 때는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되니까 오디션을 많이 못 봐. 나도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은데 상황이나 여건이 안 맞았던 같아. 제작진이 원한 이미지가 나와 다르다거나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고. 스스로는 내 연기가 부족하다고도 느껴.

오락실을 영화 촬영장으로 만드는 이현욱의 포스!


최 기자 : 처음으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보자.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해.

이현욱 :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어. 배우가 하고 싶었던 건 아니야. 중학교 1학년 때였어. 어머니 친구 아들이 엑스트라였는데 ‘순풍산부인가’ ‘TV는 사랑을 싣고’ 등에 출연했어. 주변사람이 TV에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한 거야. 그래서 나도 그 형이 다니던 연기 학원에 갔지. 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

정 기자 : 추진력과 배포가 장난 아니다.

이현욱 :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까지 가서 연기학원을 다녔어. 집에서는 반대했지만 배워보고 싶었거든. ‘예고에 진학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다녔는데 약속을 지켰어. 운 좋게 대학교도 좋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로 갔고.

최 기자 : 중고교 시절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 연기 생활에 대한 확신 없이 예고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

이현욱 : 무모했던 것 같아. 그때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추진력이 강하고 깡다구도 셌거든. 무엇보다 연기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 지금도 목표를 정하는 건 안 좋아해. 이루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잖아. 돌이켜보면 입시나 주변의 기대에 쫓겨서 재미없게 살았던 것 같아. 그랬더니 연기하기 싫어지고 몰입도 안 되고 게을러지는 거야. ‘이대로라면 내가 조만간 연기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어. 인생의 반을 연기해왔는데 그게 사라지는 거니까. 다행히 지금은 자존감을 많이 채웠어. 연기하면서 버틸 수 있는 힘도 찾았고. 이제는 (목표없이) 그냥 즐기려고 해.

최 기자 : 혹시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할 때도 있어?

이현욱 : 가족을 생각하면서 후회한 적도 있어.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직장이 있고 경제 능력도 갖춘 상태야. 그런데 나는 아니잖아. 아들로서 도리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 공부를 열심히 했거나 기술을 배웠다면 부모님께 더 좋은 것을 많이 해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부모님은 내 삶을 위해주셔. 말없이 응원해주셔서 때로는 더 죄송해.

아…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중의 눈빛)


정 기자 : 대학교(한예종) 시절은 어땠어.

이현욱 : 운 좋게 좋은 학교에 들어갔지만 안주했던 것 같아. 스스로의 재능에 의심이 많았고 고민도 많았어. 휴학을 오래했어. 그동안 밖에서 경험해보겠다고 해외도 다녀오고. 그러다 밀린 학업을 몰아서 마치고 군대에 갔어. 군대에서도 연기를 그만둘지 말지 고민했어. 제대 후에 영화 ‘어깨나사’로 2012년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받았는데 그때 연기를 더 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어. 그걸로 버티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온 거야.

최 기자 : 해외는 어디를 다녀왔어?

이현욱 : 한 달 만에 준비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갔어. 도피유학이었지. 당시에는 벗어나고 싶었거든. 결과적으로 일본에서 무언가를 해내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큰 도움이 됐어. 여러 일을 겪으면서 시야도 넓어졌고 신중해졌어.

정 기자 : 일본에서는 얼마나 지냈니.

이현욱 : 1년 정도. 도쿄 다케노츠카로 갔어.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까치산 같은 곳이야.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많이 돌아다녀서 일본인 친구도 꽤 사귀었어. 덕분에 일본어도 많이 늘었지. 지금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수준이야. 조금 더 배워보려고 해.

왜 이렇게 잘 하죠? 버튼만 누르면 포크레인에 과자를 한 가득 담는 실력


정 기자 : 여기 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방황이 있었구나.

최 기자 :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더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

이현욱 :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내가 만들어야 하는 문제고. 매력적인 배우가 되면 사람들이 나를 자꾸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정 기자 : 그럼 남자로서는 어떤 남자가 되고 싶니.

이현욱 : 매력적인 남자. 잘생겼다는 말보다 매력적이라는 말이 좋아. 잘생긴 건 기준이 없잖아. 매력적이라는 말은 ‘끌림이 굉장하다’는 말이니까 더 기분 좋아지는 것 같아.

정 기자 : 매력적인 남자이자 배우 이현욱의 다음 작품은?

이현욱 : 지금 대학로에서 연극 ‘유도소년’을 하고 있어. 국가대표 복싱 유망주 캐릭터라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예전에 복싱을 하기도 했지만 코치님들에게 배우기도 했어. 살짝 멜로도 있어. 5월까지 해. 많은 기대 부탁해~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