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퇴마록’ 이어 ‘게임의 법칙’ 리메이크…왜 1990년대인가

입력 2018-01-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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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8년작 ‘퇴마록’-1994년작 ‘게임의 법칙’(왼쪽부터).

한국영화의 중흥기 이끈 작품들
젊은 관객과 중년층 동시에 겨냥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퇴마록’ 그리고 ‘게임의 법칙’….

한국영화가 새로운 중흥기를 맞았던 1990년대의 작품들이다. 이를 새로운 이야기로 꾸미는 작업이 최근 활발하다.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2014년 조정석·신민아의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1998년 박광춘 감독의 ‘퇴마록’ 리부트 버전이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1월22일 자 스포츠동아 단독보도 참조). 장현수 감독이 1994년 선보인 느와르 ‘게임의 법칙’을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왜, 지금, 1990년대일까.


● 한국영화 부흥, 1990년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한 신혼부부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 이명세 감독이 만화 기법을 활용한 영상언어로 호평 받았다. ‘퇴마록’은 안성기와 신현준이 주연해 1998년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낯설었던 오컬트 장르로 관심을 모았다. 장현수 감독은 박중훈과 이경영을 내세워 성공을 꿈꾸는 청춘의 빗나간 욕망을 ‘게임의 법칙’ 속 조직폭력의 그늘로 그려냈다.

모두 1990년대 한국영화의 중흥기에 관객을 만났던 작품들. 한국영화는 1970년대 이후 오랜 시간 검열과 소재 제한, 외화 수입 쿼터를 위한 영화제작 등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참신한 기획력을 갖춘 새로운 인력이 충무로에 들어오고,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소재가 확장되는 등 중흥의 기회를 맞았다. 또 영화 전문 자본이 생성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와 화법으로 현재에 이르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에 조정석·신민아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시대불문의 공감 스토리

충무로는 1990년대 영화 리메이크 열기가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일군 기획력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한국영화 부흥을 이끈 스토리의 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일상적 로맨스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현실을 벗어나려는 허황된 욕망의 스토리 역시 시대불문의 공감을 쌓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영상기술력도 좀 더 다양한 장르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당시 영화를 지켜본 관객의 성장도 열기의 한 축을 이룬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한국영화의 중흥기는 당시 젊은 관객의 힘이기도 하다. 영상문화에 익숙했던 당시 신세대들이 한국영화의 주 관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이제 40∼50대 중장년층이 되어 여전히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으며 한국영화 흥행세의 또 다른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1990년대 한국영화 리메이크 열기는 중장년층 관객에게 낯익은 이야기를 새롭게 빚어냄으로써 그들에게 익숙한 영상언어로 다가가고, 젊은 관객에게는 한국영화의 흥행세 위에서 보편적 감성을 전달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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