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별이 없어도 빛날 수 있구나

입력 2018-02-02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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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은 대부분 주연, 조연 그리고 앙상블로 이뤄져있다. 주연 배우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조연 배우가 뒤에서 힘을 준다. 그리고 앙상블은 주변을 메우는 정도다. 분량의 대부분을 해내는 주연의 열연으로 인해 작품이 빛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뮤지컬 ‘타이타닉’은 달랐다. 유명한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빛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이 하나만은 증명해냈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출항하며 첫 항해를 시작해 5일 만에 북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비극적인 해난 사고를 바탕으로 그려진 뮤지컬 ‘타이타닉’은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에 초연한지 20년 만에 한국 무대로 출항을 시작했다.

‘타이타닉’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해하는 5일간 선내에서 벌어진 사건과 각각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렸다. 비록 배 안이지만 이 안에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정교하게 표현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여준 계급 차이를 극복한 사랑 이야기는 없지만 저마다 새로운 꿈과 성공을 위해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과 쓸데없는 욕심으로 이 비극적인 사고를 시작한 이들의 모습을 비췄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연배우와 앙상블 배우들의 활약이다. 그동안 주연 배우 뒤에서 춤을 추고 멜로디를 함께 부르기만 했던 조연과 앙상블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넘버를 부르며 극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케이트 멀린스’ 역을 맡은 방글아는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떨쳐 눈길을 끈다. 또한 등장하는 배우들이 최대 다섯 개의 배역까지 연기하는 멀티-롤(Multi-role)을 선보인다. 이에 25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으며 무대를 채워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간혹 배역이 헷갈릴 때가 있긴 하지만 혼동을 줄 정도는 아니다.

모리 예스턴의 음악들은 19인 오케스트레이션을 편곡돼 무대에 오른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갑판 위에 오른 오케스트라는 마치 사건 당시 배가 가라앉는 마지막까지 연주를 했다는 배 위의 연주자들을 연상시킬 만큼 자연스럽다. 클래식한 서곡을 시작으로 선장부터 화부, 승객 등이 부르는 오프닝 합창은 전통 뮤지컬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렬함을 자아낸다.

무대는 배의 웅장함보다는 관객들이 실제 배를 탑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편을 택했다. 무대는 조명에 따라 1등실 손님을 위한 살롱이 됐다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보일러실이 됐다가 갑판 위가 된다. 또한 타이타닉호가 거대한 빙산과 충돌 후 침몰할 때는 무대 장치에 와이어를 달아 배가 수면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을 줘 끔찍했던 사건의 생생함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시킨다. 2월 1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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