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달수를 향한 성추행 의혹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연극배우 엄지영이 눈물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앞서 오달수는 26일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실명이 거론된 지 엿새 만이다. 오달수는 “먼저 많은 분에게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지난 15일, 19일 이틀에 걸쳐 하나의 익명 아이디로 포털사이트상에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이 올라오고, 다시 삭제되는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내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나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성추문 의혹)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다만, 내 입장을 밝혀드림에 있어 많은 분의 바람과 질타가 있음에도 시간이 지체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 이유는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의 촬영 일정이 24일까지 잡혀 있었다. 나는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것이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많은 스태프, 배우와 약속된 촬영 일정은 마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달수는 성추문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방송을 통해 당시 상황을 주장하면서 ‘오달수의 성추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방영된 JTBC ‘뉴스룸’에서는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했다.
여성은 “(오달수가) 날 여관방에서 성폭행했다. 나 말고도 다른 단원들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며 “자존감이 떨어지고 내 몸속에 알맹이가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었다. 내 가치가 없는 것 같았다. 나 말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달수의 입장은 변함없다. 사실무근이라는 것이 오달수 측의 주장. 방송 이후 오달수 측은 동아닷컴에 “입장 변화는 없다. 성폭행을 했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뉴스룸’ 측은 우리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또다시 폭로가 이어졌다. 엄지영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오달수의 성추문을 폭로한 것이다. 27일 ‘뉴스룸’에서는 엄지영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손석희 앵커는 “어제 오달수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전직 단원의 인터뷰를 전했다. 오달수는 전면 부인했는데 해당 보도를 보고 자신도 성추행을 당했다며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가 있다”며 엄지영을 소개했다.
엄지영은 “2000년 초반, 부산에서 연희단 사람들과 함께 오달수를 만났고 2003년 서울 오디션이 열리자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자기가 얼굴이 팔려 있어 부끄럽다며 들어가자고 한 곳이 모텔이었다. 이혼해서 집이 없고 그곳이 숙소라고 했다”며 “머뭇거리니까 ‘네가 자꾸 그러니까 내가 좀 그렇잖아’라고 해서 결국 따라 들어갔고 성추행을 당했다. ‘편하게 이야기하자’며 ‘더운데 씻자’고 하면서 옷을 벗겨주려고 내 몸에 손을 댔다. 화장실에서도 계속 그러려고 하길래 도망쳐서 큰 일은 피했다”고 주장했다.
오달수의 해명에 대해서는 “댓글 올린 걸 보며 나도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기다렸다. 그런데 그 분이 마녀사냥 당하고 댓글을 내리는 걸 보고 오달수가 사과할 줄 알았다.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없었던 일처럼 하더라”며 “난 입시학원에서 연기를 가르친다. 아이들이 연극영화과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나와 같은 일을 당할까 안타까웠다. 내 이름을 공개 안 하면 나 역시 없었던 일이 될까 봐 두려웠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해서 용기를 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들 실명은 몰라도 들은 얘기가 많다. 분명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안하고 힘든 일이다.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 오달수가 내 기억에는 없고 증거도 없으니, 그래서 없었던 일이야 하는 걸 막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상황 속에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측은 오달수 하차를 결정했다. 27일 밤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달수가 제작진과 협의를 거쳐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제작진은 향후 드라마 제작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결국 오달수 역시 작품을 떠났다. 다만 아직 오달수는 엄지영의 이야기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 보도 당시에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엄지영이 직접 방송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주장하면서 상황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연 오달수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미투 운동’(Me Too Campaign/Me Too Movement, 해시태그로 #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통해 추악한 진실이 밝혀진 성추행 가해자일지, 아니면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자일지 향후 이들의 진실공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음은 ‘나의 아저씨’ 제작진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제작팀에서 오달수씨 관련 입장 말씀드립니다. 오달수씨가 제작진과 협의를 거쳐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작진은 향후 드라마 제작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시청자 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오달수가 발표한 26일 공식입장 전문>
배우 오달수입니다. 먼저 많은 분들께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2월 15일, 19일 이틀에 걸쳐 하나의 익명 아이디로 포털 상에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이 올라오고, 다시 삭제되는 일련의 사안과 관련하여 저의 입장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댓글과 그 익명 댓글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제 입장을 밝혀드림에 있어 많은 분들의 바람과 질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체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그 이유는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의 촬영 일정이 2월24일까지 잡혀 있었습니다. 저는 배우로서 얼마 남지 않은 촬영을 마무리 짓는 게 도리이고, 촬영장을 지키는 것이 제작진에게 이번 건으로 인해 그나마 누를 덜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과 약속된 촬영일정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익명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 동안 벌어진 많은 일들을 겪으며, 배우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매우 답답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입장을 신중하게 정리해 알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점 거듭 죄송합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