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는 “밥보다는 술!”을 외친다. TV 드라마 속에서는 새침하고 똑 부러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털털하고 걸걸한 성격을 자랑한다.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속 하이힐 신고 꼿꼿한 모습
친구들이 부숴버리고 싶었다네요ㅎㅎ
잇단 연기활동…고됨? 성취감에 행복할 뿐
여배우가 이렇게 털털할 수 있나 싶다. “술을 참을 수 없으니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한다”며 웃는다.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수다를 떠는 것보다 술잔을 기울이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친구들의 남자친구들 사이에서는 ‘제2의 장모’로 통한다. “널브러져서” 대본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TV 속 화면을 통해서는 알기 어려운 매력이 가득한 고성희(28)의 이야기다.
고성희는 인생에서 “연기 빼고 가장 즐거운 게”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다. 10년 넘게 우정을 쌓고 있는 친구들은 그에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다.
“아직도 커피숍에 있는 걸 잘 견디지 못한다. 저는 커피를 사서 나와야 하는 사람이다. 대화는 술이나 밥을 먹으면서 하는 거 아닌가. 하하! 예전보다 주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잘 마신다. 어렸을 때처럼 무모하게 마시진 않지만 반주는 즐긴다. 반주는 반드시 해야 한다. 하하!”
고성희는 스스로 “걸걸한 성격”이라고 소개한다. 이런 그의 모습에 대해 친구들은 “드라마에서 구두 신고 꼿꼿하게 나오는 모습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농담한다. 내년에 결혼하는 한 친구의 남자친구는 고성희를 “제2의 장모”라며 그의 거침없는 성격을 무서워한다.
“저도 한 여성으로서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현재는 남은 친구들이 빨리 결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하! 결혼한다면 미래의 남편은 가정적인 남자였으면 좋겠다. 일도 계속하고 싶다.”
지난달 14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슈츠’에서의 고성희. 사진제공|몬스터유니온·엔터미디어픽처스
결혼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은 고성희를 미소 짓게 하지만, 아직은 일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지난해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시작으로 tvN ‘마더’와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슈츠’에 잇달아 출연하며 쉼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어 툴툴거리고 투정도 부리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삶의 의욕이 없어진다. 힘든데 희한하게 제 행복감의 90%는 일에서 비롯되더라. 다행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어 성취감도 높다. 아직도 막 달리고 싶다.”
특히 ‘슈츠’를 찍으면서는 더욱 기운이 넘쳤다. 밤샘 촬영을 해도 예민해지지 않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으로 고됨을 승화시켰다. 고성희는 “제일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 종영 후 모두가 한마음으로 시즌2를 기대할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그동안 장르물을 많이 했고, ‘마더’는 진이 빠지는 장면이 많아 현장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배우 고성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이러한 변화는 연기가 편해져서 생긴 건 아니라고 했다. “연기라는 게 잘하는 기준이 모호해 가장 큰 고민”이라는 고성희는 스스로 만족감은 늘고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자신의 연기가 발전하고 있는지 가끔 아리송하다고 했다. 그래도 이전보다 “쫓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웃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철이 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볼살도 빠지기 시작했고. 하하! 예전에는 제 개인의 삶이나 행복에 대한 고집이 강했다면, 지금은 제가 속해 있는 작품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감이 커졌다. 저를 의심하는 일도 줄었다. 제가 가진 것보다 큰 기회를 잡았을 때는 위축됐는데, 지금은 부끄럽지 않게 준비한다면 잘 해낼 자신이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고성희는 30대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20대로 돌아가라고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되고 설렌다”고 말했다.
배우 고성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지금보다 더 빛날 30대를 위해 고성희는 그 기반을 단단히 하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인터뷰 며칠 후 이탈리아로 떠났다. 매번 작품이 끝나면 여행길에 오르는 그는 오랜 친구와 동행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떠나는 여행이라 시작은 도피성이지만 다녀오면 반드시 힘을 받아 다음 작품을 조금 더 당당하게 마주할”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성희는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도 마신다.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지만, 혼자 살아본 경험은 없다. “독립을 하고 싶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어” 마음을 접곤 한다고.
“독립은 좀 아닌 것 같다. 하하! 혼자 살다보면 어두워질 것 같고, 적막한 시간을 보낼 것 같아 걱정된다. 지금도 외박할 때면 부모님께 영상통화로 허락을 받는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