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배우로서의 소신”…아빠 이범수의 의미 있는 ‘출국’ (종합)

입력 2018-11-05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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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배우로서의 소신”…아빠 이범수의 의미 있는 ‘출국’ (종합)

“흥행공식보다 배우로서의 소신이 더 중요했습니다.”

배우 이범수가 영화 ‘출국’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면서 배우로서의 행보를 돌아봤다. 그에게 ‘출국’은 필모그래피에 새겨진 하나의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영화였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출국’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출국’의 주연 배우 이범수 연우진 이현정 그리고 영화를 연출한 노규엽 감독이 참석해 취재진을 만났다.

이범수는 “처음에 ‘출국’의 시나리오를 읽고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눈이 떨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시나리오가 크게 내 마음에 와 닿은 이유는 한 가정의 아버지고 두 아이의 아빠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아이의 아버지, 남편이 아니었다면 더 깊고 진하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면 재밌겠다,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눈빛에 실제 내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니 더욱 성숙해지는 것 같다. 극 중 오영민의 고뇌의 깊이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외면하지 않고 안아주고 싶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출국’은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 이범수는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찾아나서는 남자 오영민을 연기했다.

그는 폴란드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회상하면서 “현지 스태프와의 호흡은 기대 반 긴장 반이었다. 하루하루 호흡을 맞춰가면서 친해졌고 통역을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 와서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그들도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수준 높은 장비를 보더니 놀랍다고 하더라. 기분 좋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날씨 때문에 하루 정도 오버됐지만 철저히 일정대로 움직였다. 서양에서는 안 된다고 해도 우리가 보면 될 때가 있다. 진짜 ‘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더라. 유쾌하고 기분 좋게 임했다. 좋은 추억의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수와 더불어 연우진이 극 중 영민의 가족을 지키려는 안기부 요원 무혁을 맡았다. 그는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모습이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연우진은 “액션을 내세운 장르는 아니지만 극 중 내가 가진 동적인 움직임과 활동성은 영화에 중요한 색깔을 입힐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모든 액션은 상대와의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다리에서 영민과 만나는 장면을 찍었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이범수 형의 멱살을 세게 잡았다. 형의 가슴에 시커먼 멍이 들어서 애를 먹었다”고 비하인드를 언급했다.

그는 “이것도 액션이라고 하면 액션일지 모르겠는데 수동운전이 익숙지 않아서 차를 운전하는데 어색했다. 폴란드에 교통체증을 일으킨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연우진은 “약속된 호흡 속에 액션했다. 액션을 통해 연기에 대한 기본을 더 생각할 수 있었다. 호흡과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액션 연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우진은 “오늘 완성작을 보면서 먹먹했다. 모든 배우들의 감정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덤덤하게 잘 묻어난 작품인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쓸쓸함 외로움을 생각하면서 30대의 한 남자로서 내 인생을 많이 돌아봤다. 많은 스태프의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뵙게 돼 벅차오르는 마음”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범수는 담담하게 속에 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그 어떤 시나리오보다 느낌이 좋았던 작품이다. 다들 흥행공식에서 ‘신인감독, 신생 제작사와 하면 불리하다’고들 한다. 나도 그걸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배우의 소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함께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범수는 “가정을 이루지 않았으면 이런 깊은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첫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출국’의 아빠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그 어떤 감독님보다 꼼꼼하게 준비하셨더라. 이런 분이 데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믿음이 가더라. 기분 좋게 준비하고 출발했다”고 털어놨다.

이범수는 과거 출연한 ‘슈퍼스타 감사용’의 재평가를 언급하면서 “그 작품도 신인감독과 했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작품이 아니라 점점 자랑스러운 작품이 됐다. ‘출국’ 팀원들이 진실 됐기에 가슴에 너무나 소중하게 자리할 것 같다. 인생의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범수가 진심 어린 애정으로 보듬은 ‘출국’은 14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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