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계상 “어떤 신념이길래 목숨 걸었나…과거로 가 물어보고 싶었죠”

입력 2018-12-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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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범죄도시’의 악역 장첸으로 인기를 얻은 윤계상이 새 영화 ‘말모이’를 통해 우리말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내놓는다. 1940년대 조선어학회 실화를 소재 삼은 만큼 “연기하면서 느낀 부담과 책임이 상당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범죄도시’의 악역 장첸으로 인기를 얻은 윤계상이 새 영화 ‘말모이’를 통해 우리말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내놓는다. 1940년대 조선어학회 실화를 소재 삼은 만큼 “연기하면서 느낀 부담과 책임이 상당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말모이’로 내년 스크린 포문 여는 윤계상

우리말사전 추진하는 류정환 역
가슴 울리는 그의 신념, 큰 부담
유해진 형님의 조언이 도움됐죠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지 2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콘서트에 오르는 ‘연기자’가 있다. 최근 영화 주연으로 활약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연기자로 활동한지 10년 넘는 시간동안 칭찬만큼 혹평도 자주 받았지만 포기대신 끈질긴 지구력을 발휘한 남자, 윤계상(40)이다.

언급하는 일이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한번 짚어본다면 아이돌로 데뷔하고 연기를 시작해 이제 40대에 접어든 스타 가운데 영화 주연과 공연을 넘나드는 이는 윤계상이 유일하다. 좌절할 때도 잦았지만 흔들림 없이 영화와 연기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 덕분이다. 값진 결실은 그가 새해에 내놓는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제작 더 램프)를 통해 다시금 확인된다.

윤계상은 스스로 “사랑을 못 받던 때가 몇 년간 지속됐다”고 돌이켰다.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고, 냉정한 평가를 받은 적도 많았다는 사실을 직접 꺼냈다. “정성껏 만든 영화가 알려지지 않으니 속상하고, 그런 일이 겹치면서 많이 우울했다. 무조건 내가 열심히 하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들은 저절로 다 좋아질 줄 알았다. 와! 그건 너무 좁은 시선이었다. 결국 모든 게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 “악역 장첸 역 통해 남성 팬 늘어나”

윤계상은 지난해 크게 화제가 된 유행어를 만든 주인공이다. 조선족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장첸을 연기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내뱉은 대사 ‘니 내 전화 아이 받니’, ‘니 내가 누군지 아니’는 숱한 패러디를 만들며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범죄도시’ 이후 남성 팬이 엄청 늘었다. 식당에 가면 나를 진짜 장첸처럼 쳐다본다. 여러(영화) 제안이 어마무시하게 올 줄 알았는데, 딱히 그건 아니었다. 하하하! 달라진 건, 좀 더 다양한 장르가 온다는 것 정도다.”

‘범죄도시’가 윤계상의 삶에 영향을 미친 건 자명하지만 사실 그는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방송한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를 통해 얻은 에너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몸담은 그룹 god의 멤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는 “처음엔 의도에 따라 걷기 시작하지만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질 때부터 그걸 잊으려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태어나기 직전의 기억까지 간다. 하하! 다음엔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시간이 더 남으면 미래까지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물질이나 연기를 향한 절실함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구나, 인생의 여정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내 마음에 달렸다는 걸 알게 됐다.”

내년 1월9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에서의 윤계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내년 1월9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에서의 윤계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타임머신 타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

한층 깊어진 건 생각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도 그렇다. 내년 1월9일 개봉하는 ‘말모이’를 통해 윤계상은 ‘범죄도시’로 얻은 성과를 지혜롭게 이어간다.

영화는 1940년대 초반, 조선말을 탄압하면서 점차 우리말이 사라지던 시기가 배경. 조선어학회의 주도로 전국의 순수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윤계상은 뚝심 있게 우리말 사전을 추진하는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이다.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면서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이 윤계상을 중심으로 뭉쳐 단단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쌓아간다. 조선어학회를 둘러싸고 실제 벌어진 인물과 사건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채웠다.

윤계상은 “어떤 신념이길래 목숨까지 걸고 우리말을 지키려는지 그 각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며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걸 타고 과거로 가서, 실제 인물들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4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도 윤계상은 답을 쉬이 얻지 못했다. 하지만 ‘가슴’이 흔들릴 때는 잦았다고 했다. 조선어학회가 10년간 모은 원고를 조선총독부에 빼앗긴 부분을 촬영할 때는 “감정 자제가 안 돼 오열하다가 수습하지 못하고 달나라까지 가 버렸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영화의 또 한 축인 ‘까막눈’ 판수 역은 유해진이 맡았다. 윤계상과는 2015년 영화 ‘소수의견’을 통해 호흡을 자랑했던 사이. 이들은 마음을 나눈 배우들이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시너지를 이번 영화로 다시 증명한다.

“유해진 형의 예민함을 닮고 싶다. 어느 정도의 상황이면 포기할 법도 한데 해진 형은 전부 직접 해보고 최적의 것을 담는다.” 그러면서 윤계상은 ‘소수의견’ 촬영 때 유해진으로부터 받은 조언의 한 토막을 소개했다.

“‘계상아 창피해하지 마, 시도를 두려워하지 마, 창피하면 어때, 잘한 것만 담으면 되잖아’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소수의견’ 땐 맥주 한 잔 겨우 마셨는데 ‘범죄도시’ 때 고량주를 많이 마시다보니 확 늘어서 요즘은 해진 형님과 소주 한 병 거뜬히 먹는다.”

가수 겸 연기자 윤계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연기자 윤계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윤계상은 연말 대구와 부산에서 god 콘서트를 연다. 기대를 당부해도 모자란데 그는 오히려 “죄송하다”고 했다. “노래를 너무 못 불러서”란다. 그래도 “쭌이 형님(박준형)이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공연하고 싶다”고 한 바람은 잊지 않았다.


● 윤계상

▲ 1978년 12월20일생
▲ 1999년 god 1집 데뷔
▲ 2004년 SBS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 연기 시작, 영화 ‘발레 교습소’ 스크린 데뷔
▲ 2005년 god 사실상 해체
▲ 2008년 영화 ‘비스티 보이즈’ 주연
▲ 2011년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 2014년 god 재결합
▲ 2017년 영화 ‘범죄도시’ 688만 흥행
▲ 2019년 영화 ‘유체이탈자’ 촬영 계획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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