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깊은 매력과 잔향…김호정이 말하는 ‘프랑스여자’

입력 2020-06-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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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다. 상영 중인 ‘프랑스여자’는 그런 김호정의 저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4일 개봉 영화 ‘프랑스여자’ 주인공 김호정

프랑스서 20년 산 듯한 분위기 연출
수준급 영어·독어…불어 대사 능숙
극중 의상도 자신의 것으로 직접 써
연극배우서 영화·드라마까지 섭렵

영화를 보다 보면 배우와 그가 맡은 역할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연기력이 탁월해서 일수도 있고, 배우와 그 역할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일수도 있다. 4일 개봉한 영화 ‘프랑스여자’의 주인공 김호정(52)이 관객에 선사하는 색다른 체험이다.

김호정은 극 중 연극배우를 꿈꾸며 파리 유학길에 올랐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정착한 인물 미라를 연기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로 과거 상처와 기억이 떠오른 그는 20여년 만에 서울로 돌아와 젊은 시절 함께 연극배우를 꿈꾸던 옛 친구들을 만난다.

출연을 제안하려고 집으로 찾아온 김희정 감독으로부터 영화 내용을 전해 들은 김호정은 “주구장창 연극 얘기만 하는 내용인데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부터 꺼냈다고 했다.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어서 소속사를 통하면 저한테 시나리오가 안 올지도 모르니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했더라고요. 시나리오인데도 마치 완벽하게 정리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바로 ‘하겠다’고 하고 급한 마음에 불어 레슨부터 시작했어요.”

영화에서 김호정은 실제로 프랑스에서 20년쯤 산 듯한, 이국적이면서도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풍긴다. 배우가 얼마나 작품과 인물에 몰입했는지 그대로 전해진다. 불어 대사의 분량도 많지만 이미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하는 언어실력과 꾸준한 연습까지 보태져 능숙하게 표현했다. 극 중 의상도 대부분 자신의 것을 썼을 만큼 실제와 인물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화 ‘프랑스여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연극배우로 출발…영화와 드라마 경계에서 고민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 삼은 독창적인 예술영화를 꾸준히 연출한 김희정 감독은 평소 작업하길 갈망한 김호정과 손잡고 현실과 꿈의 경계에 놓인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으로 표현한다. 낯설지만 그 생소함이 주는 이야기의 매력과 잔향은 깊다. 김호정이 아닌 누가 이 역할을 표현할 수 있을지 쉽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연기를 연극으로 시작한 공통점이 있고, 몇 년 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에서 고민도 했거든요. 드라마 출연 횟수가 늘면서 ‘과연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생각하던 때에 바로 이 영화를 만났어요. 촬영을 돌이켜보면, 꿈같은 시간이었죠.”

“연극하던 20대 때 몇 달씩 이어지던 백수생활이 너무 힘들기도 했다”는 김호정은 1999년 ‘침향’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2000년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거쳐 2001년 ‘나비’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꾸준히 연극과 영화를 오간 그는 2015년 임권택 감독의 ‘화장’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배우로 전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참여도 활발하다. tvN ‘아스달 연대기’, SBS ‘하이에나’ 등 화제작도 두루 거쳤다.

참여하는 작품이 늘면서 배우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덜어냈다. “피가 되든, 살이 되든, 주어진 작품은 최선을 다해 소화하자!”는 마음을 품었다는 그의 다음 영화는 신수원 감독이 연출한 ‘젊은이의 양지’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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