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키다리이엔티
배우 ‘신혜선’과 ‘법(法)’을 합치면 과거 방영했던 ‘비밀의 숲’(2017)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극 중에서 ‘영은수’ 역으로 활약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도 그 드라마 덕분이었다. 그런데 신혜선이 또 다른 법조인으로 변신했다.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 게다가 살인 누명을 쓴 치매 걸린 어머니를 변호하는 딸로 스크린 앞에 섰다.
“시나리오를 보고 저도 처음엔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결백’의 정인은 트라우마가 깊고 자격지심이 있는 인물이라 은수와는 다른 출발점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정을 한 것 같아요. 특히 아버지의 말씀이 결정에 큰 역할을 했어요. 식탁에 있는 시나리오를 보시더니 ‘이거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 세대가 다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주연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건 영화이기도 하다. ‘황금빛 내 인생’,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는 신혜선은 연기하는 데 차이점은 없지만 결과물을 기다리는데 마음가짐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는 바로 찍어서 빠른 기간 안에 결과물을 보고 실시간 반응을 살필 수 있어 마음정리를 빨리 할 수 있는 반면, 영화는 다 찍고도 개봉 때까지 짧으면 수개월 느리면 몇 년도 기다려야 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연기를 맞게 한 것인지, 관객들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 감정을 잘 받아들이시는지를 알 수 없어 불안하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큰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엄청 쑥스럽고 내 모습만 보이더라. 자꾸 ‘저기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만 남는다”라며 “주변 분들도 하나 둘씩 보실 텐데 뭐라고 하실지 걱정된다. 차라리 연락이 안 오길 바란다”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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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딸이 이를 변호하고 나서는 이야기인지라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감정 연기도 많다. 기억을 못하는 어머니를 면회가는 장면을 찍을 때 신혜선은 어머니 ‘화자’ 역을 맡은 배종옥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 연기라는 것이 복불복이다. 한 번 감정이 오면 수월하게 끝낼 수 있다. 그런데 그 감정이 오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 그래서 그 장면을 찍는 전날 밤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라며 “평소에는 감정 씬을 찍을 때 혼자 화장실에 가서 대사 연습을 하거나 감정 잡기 좋은 곳에 가 연습을 한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배종옥 선배가 그 장면 찍기 전까지 서로 얼굴을 보지 말자고 하시는 거예요. 자기 꿈을 위해 집을 뛰쳐나갔으니 정인이도 엄마 화자와 보기에 달가운 사이는 아니니 굳이 촬영 전에 얼굴 볼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그게 정말 도움이 됐어요. 촬영을 시작하고 배종옥 선배 눈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물리적 거리가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그 때 느낀 것 같아요. 선배님 덕분에 그 장면을 잘 찍게 된 것 같아요.”
신혜선은 극 중에서 용의자를 붙잡거나 조직폭력배들에게 맞는 등 액션 연기도 익혀 둬야 했다. 그 와중에 경미한 뇌진탕이 오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액션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재미있었다. 처음 집을 칩입한 사람에게 맞을 땐 스턴트 배우 분과 합을 맞춰서 해서 별 무리 없이 진행이 됐는데 장례식장 앞에서 조직폭력배들에게 맞을 때는 내가 힘을 잘 주지 못해 머리가 땅에 박아서 경미한 뇌진탕이 오기도 해 촬영이 잠깐 중단되기도 했었다. 상대배우에게도 너무 죄송하더라. 그래도 액션을 하는 것 자체에 재미는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캐릭터 ‘정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는 “캐릭터 연기를 위해 감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작품이었다”라며 “이번 영화를 찍고 반성도 많이 하고 노력도 했다”라고 말했다.
“정인이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씀은 못드리지만 정인의 결정이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걸 연기로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참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숨 쉬는 방법조차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상대 배우들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 것 같아요. 아마 저 혼자서 했더라면 해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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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배우 데뷔를 한 신혜선은 남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배우의 여정을 가고 있다. 이 길을 걸은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특별히 시끄러운 일도, 튀는 구석 없이 차분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 마치 ‘모범생’과 같은 행보다. 이에 대해 그는 “모범생처럼 보이나. 학교 다닐 때는 모범생이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그렇게 보인다면 정말 다행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작품을 하거나 연기를 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는 해요. 살면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불사른 경험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열정이 타오르는 게 저도 느껴져요. 영혼과 마음을 바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혜선의 차기작은 영화 ‘도굴’과 드라마 ‘철인왕후’다. 이번에도 배종옥과 함께 연기호흡을 펼친다. 그는 “홍보를 하면서 선배님과 늘 같이 다니니 옆에 계신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드라마로 더 오래뵐 수 있어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스릴러로 만났던 배종옥 선배님과 코미디 드라마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하실 지도 기대가 되고요. 저 역시 코미디 장르는 색다른 도전이에요.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들었어요. 걱정도 되지만 저도 제 자신이 어떤 연기를 펼칠지 기대가 돼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