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작 의혹’ 조영남 무죄 확정 “역사적 판결…미술 계속할 것”

입력 2020-06-25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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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의혹’ 조영남 무죄 확정 “역사적 판결…미술 계속할 것”

‘그림 대작’ 의혹을 받던 조영남(75)이 대법원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원심(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영남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은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지 않은 한 가치 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미술작품 거래에서 형법을 명문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엇갈린 1·2심 판결 그리고 3심
앞서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판매해 1억5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니저 장 씨는 조영남의 작품 제작과 판매 등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조영남이 송 씨 등이 거의 완성한 그림에 가벼운 덧칠 정도만 한 뒤 자신의 서명을 적어 고가에 그림을 판매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조영남은 송 씨 등은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에 따라 밑그림을 그려주는 조수에 불과하며 현대미술 특성상 조수를 활용한 창작활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송 씨 등은 조영남의 창작활동을 돕는데 그친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피해자는 조영남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림을 구매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술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결과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그 방식의 적합 여부나 관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진행된 상고심 공판기일에서 “송 씨 등에게 기존 콜라주 작품을 그려오게 하고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그림을 임의대로 그리게 했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조영남은 “이번 일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남은 인생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로 살 수 있도록 살펴달라. 내 결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무죄임을 거듭 강조했다.

조영남 무죄 확정 이후 행보는?
그리고 이날 상고심에서 조영남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그동안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었다. 조영남은 이날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감옥 갈 준비를 했다. 역사를 보면 임금이 (죄인을) 유배를 보냈다가 사약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유배 보냈다가 또 다시 오라는 글을 보내기도 한다. 나는 임금이 어떤 조치를 취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막 ‘죄를 안 지었으니까 안심해라’ 이런 연락이 온 거고, 참 다행이구나 싶다. 내가 죄를 안 지었구나. 죄를 지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 사건 나고 한 번도. 그런데 검사님, 판사님이 미술을 잘 모른다는 걸 느끼고 암담했었지. 그래서 미술책을 썼다. 오늘 바로 출판될 거다. 이 사건으로 내가 미술한다는 게 세상에 많이 알려졌고, 한국에도 현대 미술이 있구나 하는 게 알려졌다. 큰 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두 군데 정도 전시 제안이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그동안 작업한 작품 선보이겠다. 미술 사조가 인상파 추상파 입체파 등 많은데 나는 트로트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중, 민중이 알아먹기 쉬운 현대 미술이다.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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