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옥 작가가 또…실존인물 묘사 ‘역사왜곡’ 의혹
6년 전 안중근 관련 저작물 등록 눈길
광고계 손절 러시, SBS는 ‘논의 중’
[DA:이슈] ‘조선구마사’ 사태, 위인 안중근이 걱정 된다 (종합)6년 전 안중근 관련 저작물 등록 눈길
광고계 손절 러시, SBS는 ‘논의 중’
SBS가 야심차게 내놓은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가 시작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게시판에 항의글을 남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청와대 국민청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게기하며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광고사들까지 줄줄이 ‘손절’을 선언.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지난 22일 첫 방송 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된 가운데 태종(감우성)에 의해 봉인 당했던 서역 악령이 깨어나 조선을 잠식해 나가는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사극과 악령의 낯선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조선구마사’는 첫 회부터 ‘역사 왜곡’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먼저 시청자들은 충녕대군이 서역 무당에게 중국식 월병과 피단, 중국식 만두 등을 제공하는 장면을 지적했다. 이에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23일 즉각 해명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 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했고, 자막 처리했다. 명나라를 통해서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극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다만, 예민한 시기에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청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 향후 방송 제작에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구마사’는 태종 묘사에 대해서도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조선구마사’ 첫 회에서 태종이 악령으로 인한 환각에 휩싸여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묘사됐기 때문. 극 중 태종은 양민들의 시신 사이에서 피칠갑 한 채 섬뜩한 눈빛을 번뜩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후손인 전주이씨 종친회가 들고 일어섰다. 종친회 관계자는 한 매체에 “조선 건국의 중요 인물인 태종을 두고 백성을 학살하는 임금으로 묘사한 것은 유감이다. 아무리 실존 인물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했고, 이를 사전 고지했다지만 용납되기 어렵다”며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욱이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는 전작 tvN 드라마 ‘철인왕후’로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바. 당시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하고 종묘제례악까지 희화화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권고) 결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실존인물인 조대비(신정왕후)를 저속하게 표현했다가 풍양조씨 종친회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조선구마사’로 또 ‘역사왜곡’ 의혹이라니. 누리꾼들은 박계옥 작가가 그동안 작품에 조선족 캐릭터를 다수 등장시켰으며 친중 성향의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는 것에 주목했다. ‘철인왕후’ 이후에는 중국 콘텐츠 제작사 쟈핑픽처스와 집필 계약도 맺었다. 온라인상에는 박계옥 작가가 조선족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목소리를 높였다. 동북공정(중국이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빌미를 준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경덕 교수는 24일 SNS에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관한 역사왜곡 논란의 파장이 매우 크다. 이미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며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박계옥 작가의 차기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는 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박계옥 작가는 지난 2015년 ‘안응칠 연대기’를 어문 저작물로 등록했다. ‘안응칠’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아명이다. 누리꾼들은 역사적 위인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혹시나 어지럽혀질까 벌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조선구마사’는 제작 지원이나 협찬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중단’을 선언하며 방송 2회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