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백반기행’ 황선홍 “2002년 월드컵 첫 골, 父에게 바쳐” (종합)

입력 2021-06-11 2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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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황선홍이 고향의 맛을 느꼈다.

11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하 '백반기행')에서는 황선홍 전 축구 감독이 자신의 고향인 충청남도 예산 맛기행을 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허영만과 황선홍은 어죽과 민물새우김치전으로 기행을 시작했다. 허영만은 '감독을 관두고 쉬고 있다'는 황선홍 말에 "혹시 집에서 삼식이 아니냐"라고 근황을 물었다. 아내에게 세 끼 밥을 얻어먹는다는 의미다. 황선홍이 "맞다"고 하자 허영만은 "그거 힘든데. 선수 생활보다 힘들다"라고 황선홍을 놀렸다.

이어 황선홍은 "선수 때는 한 번 올라온 반찬이 두 번 올라오면 잘 안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는 대로 먹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허영만은 "지금은 반찬이 좀 없다 하면 '어제 먹던 거 좀 남았잖아. 가지고 와' 이래야 살 수 있다"라고 삼식이로 살아남는 비결을 알려 웃음을 선사했다.

황선홍은 김치전을 먹으면서 땀을 비 오듯 흘렸고 "매운 거를 잘 못 먹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허영만은 본인 보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황선홍을 걱정하며 어죽을 덜 맵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황선홍은 "자주는 아니라도 일 년에 몇 번 와서 먹으면 맛있다"며 예산에 오면 어죽이 생각난다고 했다.

가게 사장님은 황선홍에게 2002년 월드컵을 너무 즐겁게 봤다면서도 황선홍이 부상으로 머리에 붕대를 감고도 경기에 임했던 때를 떠올렸다. 사장님이 "아프면서도 하셨잖아요"라고 하자 황선홍은 "나도 이렇게 보면서 놀랐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고 "큰딸이 그 모습을 보고 우는 모습이 선명하다. 월드컵 끝나고 딸이 축구 그만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어죽을 먹은 후 장터 국밥집에 자리한 두 사람. 허영만은 황선홍에게 "합숙 훈련을 하다 보면 딱 보고 '이 친구는 금방 그만두겠다, 오래하겠다' 보이지 않냐"라고 질문했다.

황선홍은 "안정환이 그랬다"라며 "너무 잘생기고 축구를 잘하게 안 생겼다. 우리는 스킨, 로션 끝인데 안정환은 관리를 많이 하더라. '오래 있지 않겠구나' 했는데 나보다 더 오래 축구를 하더라"라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기에는 노력에 비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여 재미를 안겼다.

허영만과 황선홍은 만화방에 들러 추억을 공유하고선 밴댕이찌개를 먹으러 갔다. 황선홍은 밴댕이를 처음 먹어본다며 낯설어했다. 밥을 먹던 중 허영만이 "선수들은 서로 연봉을 다 공개하냐"라고 묻자 황선홍은 "지금은 다 공개할 것이다. 나는 야구, 농구, 축구 통틀어서 제일 많이 받았었다. 1996년도 당시 연봉이 1억 4천만 원이었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당시 물가로 대치동 아파트가 약 1억 6천만 원 정도로 알려져 놀라움을 안겼다.

끝으로 이들은 황선홍의 단골이자 대통령도 찾는다는 80년 전통의 갈빗집을 방문했다. 황선홍은 갈비에 더해 갈비탕을 먹으며 친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버지가 1996년도에 돌아가셨는데 자고 가라고 하셔서 병실에서 잘 때가 많았다"라며 "몸보신시켜주신다고 아침에 갈비탕에 밥 말아서 먹고 학교 가라고 하셨다. 내가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마르고 왜소했었다"라고 갈비탕에 얽힌 일화를 공유했다.

그는 "아버지는 어머니가 없어서 마르고 왜소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 거 같다"라며 "94년 월드컵에서 득점도 못 하고 욕을 먹었다. 96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안 좋은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신 거 같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다"라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후 2002년 월드컵에서 첫 골을 기록하고선 "하늘을 보면서 아버지한테 감사하다고 속으로 되뇌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한테는 조금은 갚아드렸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고백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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