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하겠다”는 SBS·‘골때녀’ 지켜보겠습니다 (종합) [DA:이슈]

입력 2021-12-27 22: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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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골 때리는 그녀들’(약칭 ‘골때녀’)이 환골탈태하겠단다.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SBS는 27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환골탈태하겠다. 당사는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CP) 및 연출자(담당 PD)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 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다.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골때녀’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음을 잊지 않겠다. 여자 축구를 향한 출연진 진심을 잊지 않겠다. 2022년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 시청자 여러분께 돌아오겠다”며 “‘골때녀’에 출연한 선수, 감독 및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했다.

‘골때녀’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이 대부분인 SBS 예능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프로그램. 시즌제 예능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스포츠 예능으로써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성공이 문제였을까.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편집으로 조작 방송 논란이 일면서 SBS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그 시작은 지난 22일 방송된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 경기였다. 당시 3대 0에서 3대 2, 4대 3을 오가는 끝에 6대 3으로 아슬아슬한 추격전 끝에 FC 구척장신이 승리를 거두는 형식으로 방송됐다. 문제는 스코어 보드였다. 실제 경기 흐름을 보여주던 스코어 보드에서는 방송에서 표기된 점수 차와 달랐던 것. 실제 경기에서는 FC 구척장신이 5대 0으로 경기를 끌고 가다 5대3으로 세 골을 허용하고, 6대3으로 경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24일 “‘골때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 점 사과한다.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 제작진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시청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커질 대로 커졌다. 배성재와 김병지가 입을 열면서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먼저 배성재는 “아연실색했다. 내가 기억한 스코어와 달랐는데, 내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예고에 쓰이는지, 어느 경기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읽었다. 그 부분이 편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곤 상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내가 멘트를 녹음한 것도 맞다. 뇌를 거치지 않고 읽은 건 내 뼈아픈 실수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충격적이다. 책임을 피할 생각도 없다”고 눈물을 보였다. 오랫동안 스포츠 중계를 해왔던 배성재이기에 스포츠 정신이 훼손되는 편집 조작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듯했다.

반면 김병지는 재미를 위한 편집이었다고 평했다. 김병지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로 PD님이나 스태프들이 재밌게 구성을 한 것뿐이지, 경기 중 ‘골 먹어줘’ 식의 조작은 없었다. 우리는 단순히 편집이라고만 생각했지, 조작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시청자 원성이 쏟아지자, 김병지는 재차 “정말 죄송하다. 다만, 난 ‘골때녀‘를 예능이 담긴 스포츠로 봤다”며 “우리도 지금까지 있었던 과정과 내용을 알지 않겠나. 그런데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부분이 ‘편집에 의해 재미있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출연자들까지 말을 더하면서 ‘골때녀’ 이미지는 나락이다. SBS가 환골탈태를 약속한들 시청자들에게 바닥인 신뢰가 한 번에 회복되지 않는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경기 흐름을 조작해서는 안 된다. 경기 흐름은 경기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이를 훼손하는 것은 경기에 대한 모독이며, 선수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배신하는 행위다. 스포츠 정신을 위배한 제작진에게 가벼운 징계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말로만 쇄신인지, 아니면 정말 사태 심각성을 알고 시청자들에게 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지는 SBS 하기에 달렸다. 거창하게 말한 환골탈태 SBS 사태수습 과정이 주목된다.


● 다음은 SBS 공식입장 전문

환골탈태하겠습니다.

SBS는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논란과 관련하여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입니다.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여자 축구를 향한 출연진의 진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2022년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 시청자 여러분께 돌아오겠습니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한 선수, 감독 및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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