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톱’ 韓극장 점령…미디어믹스가 만든 ‘극장판 애니’ 시대

사진제공｜CJ ENM·대원미디어·소니픽쳐스

‘일본 소년만화 3대장’이라고 불리는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 맨’ 일명 ‘귀주톱’이 국내 극장가를 먹여살리고 있다.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에 이어 마침내 등판한 ‘주술회전’까지 출판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극장판 애니들이 잇따라 국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인상이다.

O‘귀주톱’ 애니메이션 연쇄 흥행

‘귀주톱’의 마지막 주자인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주술회전)은 16일 개봉 첫날 국내 박스오피스 1위로 직행하며 신드롬에 합류했다. 개봉 이틀째에 정상의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같은 시기 개봉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며 남다른 인기를 증명했다.

‘주술회전’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영화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체인소 맨)이다. ‘주술회전’ 개봉에 앞서 상영 18일 만에 1위에 오르는 등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기도 했던 ‘체인소 맨’은 어느덧 국내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극장 매출액은 228억 원으로, 2021년 개봉한 ‘귀멸의 칼날’의 첫 극장판 ‘무한열차편’의 누적 매출(213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귀주톱’ 열풍의 시작을 연 ‘귀멸의 칼날’의 2번째 극장판 ‘무한성편’은 누적 관객 545만 명을 돌파, 연내 국내 최고 흥행작인 영화 ‘좀비딸’(563만 명)마저 맹추격하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이 보유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관객 동원 기록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사진제공｜CJ ENM·대원미디어·소니픽쳐스

O‘만화책–TV 시리즈–극장판’ 미디어믹스의 힘

이른바 ‘귀주톱’으로 정점을 찍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침체된 극장가의 매출을 떠받치는 확실한 필승 카드로 자리 잡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 만화와 TV 시리즈(TVA)로부터 직접 파생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마니아 위주로 소비되는 ‘비주류 콘텐츠’였던 점과 견주어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과거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주로 지브리 스튜디오나 신카이 마코토의 오리지널 작품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OTT 시대’의 심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OTT가 TV 애니메이션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입문 장벽을 낮췄고, 더불어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원작 만화와 극장판으로 이동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OTT가 ‘만화책–TV 시리즈–극장판’으로 이어지는 일본식 미디어믹스 구조의 장점을 폭발시켰다”며 “국내 콘텐츠 업계도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