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아줌마’로만 알려진 한혜경 씨가 마지막까지 자신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의 삶을 공개했다.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약칭 ‘꼬꼬무’)에서는 ‘선풍기 아줌마’로 알려진 한혜경 씨의 삶을 따라갔다. 리스너로는 배우 김희정, 배명진, 방은진이 출연했다.

2004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이 보통 사람보다 세 배 이상 큰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방송을 통해 등장한 그를 시청자들은 ‘선풍기 아줌마’라고 불렀다.

‘선풍기 아줌마’는 순간 최고 시청률 31%를 기록,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강렬한 충격을 남긴 에피소드로 손꼽힌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MC를 27년 동안 맡았던 박소현은 “제가 원래 기억력이 없는 편인데 그분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선풍기 아줌마’의 이름은 한혜경이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속마음도 공개됐다. 어린 시절 외모가 뛰어나 공주처럼 자랐고, 노래를 좋아해 가수를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무명 가수로 활동했다. 작은 무대였지만 인기를 점차 얻어가며 자신을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어느 날 무대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점점 위축되던 중 외모를 바꾸면 삶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성형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혜경 씨는 성형외과가 아닌 불법 시술을 찾았다. 1980년대는 불법 성형이 만연했던 시대였던 것. 그는 시술을 반복하는 사이에 성형중독에 빠졌고, 어느새 얼굴이 흉하게 변하고 말았다. 결국 빈털터리가 된 채 귀국해 가족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이 나서 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얼굴에서 다량의 실리콘을 제거했지만 문제는 더 깊었다. 이제는 한혜경 씨가 얼굴에 파라핀 오일, 공업용 실리콘, 콩기름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을 스스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고 근육 마비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는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다. 한혜경 씨는 매 순간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리스너 배명진은 “눈을 뜰 때마다 지옥 같았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도움을 주고자, 어렵게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검사 결과 한혜경 씨는 단순한 성형 중독이 아닌 환청과 환각이 이어지는 심각한 조현병이었다.

수술은 2년 9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얼굴에서 제거된 이물질의 무게만 4kg. 제작진 도움으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할 수 있었다. 어렵게 일상을 되찾은 한혜경 씨는 꼭 이루고 싶었던 꿈, 노래도 다시 시작했다. 봉사단을 통해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던 것. 무대에 오른 한혜경 씨는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으로 행복을 노래했다. 그러나 2018년, 한혜경 씨는 5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과거 발레리나를 꿈꿨던 방송인 박소현은 “‘선풍기 아줌마’ 이미지보다는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가수의 꿈을 꾸었던 한혜경 씨의 스토리”라고 공감하며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리스너 배명진은 “선풍기 아줌마라는 표현이 우스갯소리 비하로 소비돼선 안 된다”고 일침했다. 방은진은 “사람은 때때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돌아갈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찾는 사람은 이긴다”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지만 돌이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한혜경의 삶에 응원을 보냈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