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속 네이티리의 모습.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 ‘아바타’ 속 네이티리의 모습.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범람으로 초상권 침해가 빈번한 가운데, 세계적 거장과 글로벌 기업이 아티스트의 초상권을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임스 카메론과 글로벌 기술 리더 삼성전자가 각각 초상권 분쟁의 피고가 된 이번 사태는, “초상권 침해 잦은 AI 시대라고 인간까지 초상권 중요성 망각하나?”란 문제 의식을 대두시키며 대중들의 경각심을 자아내고 있다.

영화 ‘아바타’ 시리즈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페루 원주민 혈통 배우 코리안카 킬처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킬처 측은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인 ‘네이티리’의 외양 디자인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무단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코리안카 킬처의 모습. 사진 | 영화 ‘뉴월드’ 스틸컷

코리안카 킬처의 모습. 사진 | 영화 ‘뉴월드’ 스틸컷

특히 카메론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네이티리 스케치의 실제 출처는 킬처의 사진이며, 그녀의 하관을 참고했다”고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는 디자인 업계에서 관행시 되는 일종의 ‘레퍼런스’(참고)를 넘어, 특정 인물의 생체적 특징을 대가 없이 활용한 ‘창작 윤리’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현재 감독과 영화의 제작사 디즈니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팝스타 두아 리파로부터 1500만 달러(약 220억 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미국의 한 연예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판매하던 제품 포장 박스에 두아 리파의 얼굴을 무단으로 노출했다. 제품(TV) 박스에 프린트된 TV 화면 속에 두아 리파의 얼굴이 떡하니 등장한 것. 제품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아 리파가 삼성의 공식 모델인 줄 착각했다는 구체적 증언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사진 | 두아리파 측 소장 캡처

사진 | 두아리파 측 소장 캡처

특히 이는 앞선 ‘아바타’의 창작 윤리를 넘어선 직접적인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 양상을 띠고 있어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인상이다. 급기야 소송을 제기한 리파 측이 “과거 삼성 측에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대중의 비난까지 폭주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업계안팎에서는 이번 두 사건이 AI 기술 발전에 따른 ‘초상권 불감증’과 무관하지 않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만 건의 딥페이크와 AI 생성 이미지가 쏟아지면서,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데이터나 소스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문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초상권 침해가 잦은 AI 시대라고 해서 인간 제작자들까지 초상권의 중요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하는가 하면, “거장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이번 천문학적 규모의 법적 공방은 향후 디지털 환경에서의 초상권 보호 범위를 규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