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노력 중독자’ 카이의 공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입력 2019-10-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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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뮤지컬 배우 카이를 만났을 때, 그는 스스로를 “공상가”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두고 생각하다가 언젠가는 실행에 옮긴다고 했다. 작년에 그가 시작한 것은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나오는 공연을 보여주고자 만든 후원 프로그램인 ‘뮤드림(MUDREAM)’이었고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의 홍보대사 일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오르는 단독 콘서트와 5년 만에 앨범 ‘KAI IN KOREA(카이 인 코리아)’를 발매한다. 공상을 다시 한 번 현실로 만들었다.

올해 카이는 참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다. 뮤지컬 ‘팬텀’, ‘엑스칼리버’, ‘벤허’를 소화했고 이제는 ‘레베카’를 준비 중이다. 게다가 MBC ‘복면가왕’ 고정 출연에, 포토북 촬영을 위해 미국 뉴욕도 한 차례 다녀왔다. 이 외에도 각종 행사 등을 참여하며 365일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계획했던 것들이 시기가 몰리면서 한꺼번에 벌어진 것 같다”라며 “생각지 못했지만 과정을 잘 즐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KAI IN KOREA’는 ‘향수’, ‘애모’ 등 한국의 명곡들을 재해석해 카이만의 색으로 담은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5년 전 발매한 ‘카이 이 이태리(KAI IN ITALY)’와는 다른 한국적인 음악 선율들이 담겨 있으며 그의 감성을 직접 담은 작사 곡도 포함돼 있다. 앨범 발매일인 10월 24일에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앨범 수록곡의 첫 선을 보이기도 하는 자리이며 크로스오버 뮤지션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까지 카이의 인생을 ‘클래식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는 “2014년에 앨범을 내고 나서도 차분히 생각하며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동안 한국의 공연들을 홍보하러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노래를 불렀다”라며 “그 곳에서 가요나 뮤지컬 넘버 등을 부르게 됐는데 교민, 외국인,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카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보여줄 만한 한국적인 음악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러운 음악으로 재편성해야겠다고 시작을 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일이 커져버렸다. (웃음) 그러다보니 앨범 속 음악을 클래식 콘서트에 자연스럽게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앨범과 콘서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LG아트센터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기 위한 시즌에 대관이 비어 있어서 저한테 클래식 공연이 가능한지를 물어왔어요. 워낙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회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좋다’라고 답했죠. 처음에는 피아노 한 대만 있으면 알고 시작을 했는데 일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콘서트 시간이 다가오면서 절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찜찜한 느낌으로 보고 가시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주제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과 콘서트에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카이가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노래로 부른 원곡 가창자 박인수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박인수는 카이의 대학교 시절 은사님이기도 하다. 카이는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굉장히 유별난 제자였다. 그런 나를 박인수 교수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라며 특별한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으셨던 분이었어요. 제자들이 자신보다 더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특히 저와 사연이 많았던 이유는 제가 어렵게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걸 아셨기 때문이에요. IMF시절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주점에서 일을 할 때 새벽에 찾아오셔서 ‘관둬라’고 하시며 돈을 푹 찔러주고 가시기도 하셨고 자신이 참여할 행사에 절 넣으셔서 출연료를 주시기도 하셨어요.”

카이에게 있어서 박인수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이에 그는 존경의 뜻을 담아 박인수와 앨범을 함께 녹음했고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했다. 카이는 “‘향수’(1989)는 헌정의 개념으로 앨범에 담게 됐다”라며 “80대가 되신 스승을 녹음실에 직접 모셔 담소를 나누듯 녹음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것 역시 카이의 공상노트에 담긴 내용이기도 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어떤 기념식에서 교수님과 ‘향수’를 부르는 자리가 생겼어요. 보통 그런 경우에는 고학년 선배들과 듀엣을 많이 하시는데 때마침 선배들이 공석이어서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선생님과 그 노래를 부르게 된 거예요. 공연 전날에 선생님 전화를 받고 밤 10~11시에 동네 노래방에 뛰어가서 밤새 노래 연습을 하고 갔어요. 그런데 다음날 리허설을 하던 중에 선생님과 함께 ‘향수’를 부르셨던 이동원 선생님께서 오신 거예요. 결국 전 교수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웃음) 그 때부터 ‘좋은 가수가 돼서 교수님과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굉장히 걱정이 많으셨어요. 여전히 풍채는 좋으시지만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목소리가 변한 것이 제자의 앨범에 담기면 해가 될까봐서요. 제가 가장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시간이 흘러 만난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우리네 아버지와 같았다는 점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더라고요. 선생님 개런티요? (웃음) 멋진 연주복을 맞춰드리기로 약속했습니다. 마치 아들이 장가를 가면 부모님께 양복을 해드리는 것처럼. 선생님께 연주복을 맞춰드리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카이는 콘서트 준비 외에도 뮤지컬 ‘레베카’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반전과 서스펜스 드라마, 그리고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레베카’에서 카이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명성을 자랑하는 맨덜리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의 최상류층 신사이자,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았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뮤지컬인데다 많은 배우들이 해온 작품이기에 동선 등 규칙 등이 정해져있는 작품은 배우가 연기하는데 있어서 제한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그는 “대부분의 것이 정해진 작품에 들어가다 보면 창작성이 수동적으로 가미가 된다. 그 안에서 수동적인 자율성을 찾는 것이 굉장히 섬세한 작업인데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계속 대본을 분석 중이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요.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유기적인 형태가 돼 하나의 ‘레베카’를 만들고 싶어요. 다르게 표현하자면, ‘댄버스’와 ‘나’에게 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들을 무대에서 빛나게 해주는 게 막심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최근 전작들과는 다른 제 모습을 보게 되실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보여드린 강렬하고 폭발적인 모습을 기대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카이는 이렇다’라는 선입견을 벗고 작품을 보신다면 또 다른 막심, ‘레베카’를 감상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렇게 쉼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카이는 단번에 “팬들이 있어서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팬들 덕분에 할 수 있었다’는 연예인들의 소감을 들을 때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들의 말에 동감하고 있다”라며 “진짜 팬들 때문에 내가 움직이고 노래하고 노력하게 되더라. 단순히 응원해주는 사람이 아닌 버팀목이고 또 다른 동료임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산을 오르는 듯한 10여 년간의 여정이라고 답했다.

“10년 이상 노력을 해오면서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게 뜻대로 돼 있더라고요. 쉽지 않은 걸음이었죠. 차근차근 오르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됐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귀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노력에 중독된 것처럼 이 노력을 끊을 수가 없어요. 여전히 저는 제가 가야할 길을 가고 있고 가끔은 힘들어서 하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손 잡아주는 지인들이 있었어요. 정말 고맙죠. 지금 생각하면 다 기적 같고 감사한 일 같아요.”

“죽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는 카이는 아직도 공상노트에 적힌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 하나는 한층 성장한 한국 뮤지컬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알리고 싶다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무대에서 소통하며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저 어렸을 때 꿈이 톨게이트 직원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뮤지컬 배우로서 전 다양한 사람들과 손잡으며 살고 싶어요. 목표가 있다면, 제 노래로 세상 사람들의 손을 잡아보는 것이 꿈이에요. 또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은 저의 몇 가지 지론 중 하나는 무대 위나 밖에서 같은 사람이 되자는 거예요. 덜 빛나는 스타가 돼도, 혹은 신비감은 덜한 사람이 되더라도요. 물론, 어머니께서 ‘너 화장하는 모습이랑 안 한 모습이랑 너무 다르다’라고 하시긴 하시지만(웃음). 외형적인 것을 빼고 저는 언제나 정기열일 것이고 인간적인 카이의 모습으로 무대에 설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콘서트에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EM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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