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무럭무럭큰세아이,엄마도자란다

입력 2009-0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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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 10년 차에 열 살, 일곱 살, 그리고 다섯 살의 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또 아이들이 저를 잘 따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결혼해도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 욕심은 없었습니다. 처음 우리 큰애를 낳았을 때, 저는 서툴고 부족한 초보엄마라서 아기를 어떻게 안는지도 몰랐습니다. 애가 언제나 불편한 표정으로 제게 안겨 있었고, 그러다 떨어뜨릴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그리고 1년, 2년을 보내면서 그 사이 둘째와 셋째가 태어났습니다. 어느새 아기 보는 기술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큰애가 여섯 살, 둘째가 세 살 그리고 막내가 한 살 때 일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로 남편과 제가 말다툼을 하게 됐는데, 말을 주고받을수록 점점 싸움이 커지는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남편은 건넌방으로 가버렸습니다. 저 역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해 어린 막내만 끌어안고 그냥 잠들려고 했습니다.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엄마 아빠의 갑작스런 돌출행동에 한동안 멍하니 서있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큰애가 둘째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 때 자리에만 누워있고 바로 잠들지 못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애가 둘째에게 양치질하라고 치약도 칫솔에 짜주고, 세수하라고 옷소매도 걷어줬습니다. 나중에 목욕탕에서 나와서는 로션까지 꼼꼼하게 발라주더니 “가서 너 읽고 싶은 책 가져와” 하면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동생한테 동화책까지 읽어주는 겁니다. 동생이 가져온 책을 또박또박 잘 읽어줬는데, 그래도 둘째가 잠들지 않자, 한 권 더 읽어주겠다며 이번엔 자기가 책을 한 권 가지고 왔습니다. 그 책까지 마저 다 읽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둘째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제가 불러줬던 자장가를 가만 가만 부르는데, 제가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답니다. ‘우리 애들이 나보다 훨씬 낫구나. 부모가 돼서 이 무슨 부끄러운 짓인가’하고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저는 밤새 한잠도 못 자고 뒤척였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우리 애들이 고맙고 예뻐서 아침상을 아주 근사하게 차려줬습니다. 그런데 그 아침을 먹고, 남편이 먼저 제게 사과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덕에 철없는 저희 부부가 더 성숙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도 저희 부부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 세 아이를 생각하며 잘 버텼습니다. 성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한 가운데, 저희 세 아이가 나침반이 되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늘 실수 많고 덤벙거리는 엄마를 곁에서 잘 챙겨주고, 별 투정도 없이 받아주는 우리 세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남들은 제가 아이를 셋이나 키운다고 하면 하나같이 힘들겠다며 고개를 내젓는데, 저는 세 아이 덕에 즐거움이 세 배라고 얘길 합니다. 뭐든 잘 참고, 혼자 잘 해주는 우리 듬직한 큰아이, 잘 웃고 잘 울면서 집의 분위기를 늘 밝게 만들어주는 둘째아이, 그리고 막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늘 침착하고 의젓한 우리 셋째아이, 요 녀석들의 애교를 보는 게 제 삶의 낙이랍니다. 참 고맙고 소중한 우리 세 아이 덕분에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큰 힘을 주고,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면서 우리 세 아이 건강하게 잘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은평 | 홍선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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