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아, 환장하겠다…… 피곤하고 나른하고, 잠도 잘 안 오고…….
새라 : 어쩔 수 있어? 시차가 한참 차이 나는 곳까지 출장을 왔으니까 피곤할 수밖에 없지.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닉 : 그런데 반장님은 이상하게 쌩쌩하단 말이야……. 혼자서 현장조사 한다고 나갈 때 보니까 피곤한 구석이 별로 안 보이던데.
새라: 그러게. 무슨 보약이라도 드신 건가?
반장 : 보약? 한 가지 처방이 있긴 하지.
닉 : 그래요? 그게 뭔데요?
반장 : 단식.
새라 : 네? 단식이 처방이라고요? 어째 반장님이 기내식에 손도 안 대시더라.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일부러 굶으셨던 거예요?
반장 : 최근에 <사이언스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16시간 정도 굶으면 몸 속 생체시계가 새로운 타이밍을 갖게 되는 걸로 밝혀졌네. 예를 들어서 미국과 일본은 11시간 시차가 나는데 보통 생체시계가 이 시차에 적응하려면 일주일은 필요하거든.
새라 : 하지만 16시간 넘게 굶으면 훨씬 빨리 적응하나보죠?
반장 : 그래. 원래 생체시계는 빛을 중심으로 작동되는데, 사실은 먹는 주기에 따라서 작동하는 또 다른 생체시계가 있다는 거야.
오랜 시간 굶게 되면 먹을 것을 발견할 기회를 높이기 위해서 제2의 생체시계가 빛으로 작동되는 생체시계를 극복한다는 거지.
새라 : 하긴 빛보다는 먹는 게 더 중요하겠죠.
반장: 비록 이에 대한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모든 포유류에 존재한다고 하니까 사람에게도 충분하게 적용될 수 있겠지.
아직까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확증은 없고 과학적인 메커니즘만 밝혀진 상태지만.
닉 : 전 안 되겠어요. 16시간이나 굶느니 차라리 죽으라고 하세요.
새라 : 저도 그렇게 굶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시차도 시차지만 전 배고픈 건 못 참아요.
닉 : 그러니까 그렇게 살이 뒤룩뒤룩 쪘지. 뭔 식탐이 그리 심해?
새라 : 뭐야? 그러는 너는! 어이구…… 저 뱃살 봐. 누가 보면 남자가 임신한 줄 알겠네.
닉 : 뭐가 어쩌고 어째? 에라이 돼지 뚱뚱이 하마에…….
새라 : 이게 진짜 못하는 말이 없네. 맞장 한번 뜨자 이거냐?
닉 : 하이고, 하나도 안 무섭네요! 자, 덤벼봐! 덤벼보라고!
반장 : 저러니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플 수밖에 없지. 밤낮으로 싸우느라 에너지 낭비하는데…….
수사결과
포유류의 유전자에는 빛으로 작동되는 생체시계 말고도 먹는 주기에 따라 작동되는 제2의 생체시계가 있으며 오랫동안 굶으면 이 생체시계가 작동함으로써 시차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됨. 이 메커니즘에는 포유류 모두가 가지고 있는 Bmal1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