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화성인’ 이근찬 PD “조작방송? 들통 나면 끝!”

입력 2011-03-10 1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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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프로그램을 유지한 비결은…'발품'
●특정 업소 홍보 논란? "출연자 직업 알지만 워낙 특이해서"
●깜짝 놀랄 아이템 "아직 더 남아 있어"


tvN ‘화성인 바이러스’를 이끄는 세 명의 MC. 왼쪽부터 김구라, 김성주, 이경규. tvN 제공

"정말 저런 사람이 있다고?", "연예인 지망생 아니야?"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렵다. 케이블 채널 인기 프로그램 tvN '화성인 바이러스'(이하 화성인)는 매주 평균과 상식에서 벗어난 일반인이 출연하는 일반인 토크쇼다.

MC를 맡은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는 이들을 '지구인'과 반대 개념인 '화성인'으로 칭하고 때론 가혹한 비난으로, 때론 가족 같은 포용력으로 그들의 독특한 시선과 일상을 소개한다.

100회까지 출연한 화성인은 총 170여 명이다. 이 중에는 만화 캐릭터와 열애 중인 '십덕후'(은둔형 집착자를 뜻하는 일본말 '오타쿠'의 변형), 특이한 일본식 화장법을 고수하는 '갸루족', 큰 가슴 'H컵녀', '61번 성형 중독남', 매운맛-단맛-신맛에 빠진 '특이식성 미녀 3총사', 15년간 '남자화장실 가는 여자', 정종철을 닮은 '여자 옥동자' 등 별난 사람들이 대거 있다. '화성인'은 최고시청률 6%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하지만 '화성인'을 둘러싸고 조작설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도자기 피부녀'로 출연한 여성은 피부관리실 원장으로 밝혀져 홍보방송 논란이 일었다.

이근찬 담당 프로듀서(37)를 만나 '화성인'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들어봤다.

‘화성인 바이러스’ 이근찬 PD는 조작방송설 등 프로그램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tvN제공

▶이색 출연자 봇물, 섭외는 쉽다? "NO."

진행자인 김성주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특이한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며 "오래 할 수 있는 프로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근찬 PD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는 "5회를 넘기지 못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설사 특이한 사람이 많더라도 얼굴을 가리지 않고 방송에 나올 일반인은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화성인'이 100회까지 오기까지는 남모를 '발품 섭외'가 있었다. 홍보성 제보보다는 인맥, 길거리 섭외, 앞서 출연한 사람들의 지인 소개, 인터넷 미니 홈피 등 다양한 경로로 찾고 또 찾았다.

하지만 출연자 섭외가 됐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이 PD는 "어렵게 섭외한 출연자가 당일 녹화 현장에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항상 방송 펑크를 대비해 준비 분량을 찍어둔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출연자들이 MC 이경규와 김구라 씨가 무서워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막상 출연 후엔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삼촌과 아빠 같은 존재로 여긴다"고 했다.


▶ "미남-미녀 출연자, 연예인 지망생?" "절대 NO."

출연자들이 대부분 미남 미녀이고 능변가라서 '조작방송설', '대본설'이 나오기도 한다.

이 PD는 "출연자들은 수년간 한 분야에 매달려 살았다. 일상 대화는 어려워도 본인 관심사는 달변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연자 중에는 '한 미모'하는 이들도 있는데, 외모도 중요 고려 사항"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외모가 좋을수록 당당하고 방송도 적극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 100회 특집에 ‘특이 식성 미녀 삼총사’가 다시 출연했다. 왼쪽부터 MC 김구라, 김성주, 단맛 마니아 김도연 씨, 신맛 마니아 한수란 씨, 매운맛 마니아 신예지 씨, MC 이경규. tvN 제공

▶ "출연만 시켜주면 뭐든 하겠다"는 지원자 있다? "YES."

'화성인'에 연예인 지망생들이 몰린다는 의혹도 있다. 이 PD도 "일부 출연자들이 유명해지면서 연예인 지망생들이 몰리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한 회 재밌자고 조작했다가 들통 나면 프로그램 생명은 끝"이라며 "부도덕한 지원자를 가리기 위해 3시간 면접, 지인 인터뷰, 일상 밀착 카메라 등의 기법을 동원 한다"고 말했다.


▶ "피부관리실 원장, 홍보성 방송?" "NO. 직업 알긴 알았다"

고현정을 능가하는 광채 나는 피부로 '아우라 피부녀'로 불린 박모 씨는 출연 직후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이 PD는 "방송 전 사전 검증과정에서 피부관리사 직업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씨를 출연시킨 이유는 캐릭터가 워낙 독특해서라고. 이 PD는 "매일 몇 시간씩 붓으로 세안하고 피부를 지키겠다며 남편, 아이와 스킨십도 거부하는 모습이 화성인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일본식 화장법을 고수하는 ‘갸루족’ 김초롱씨. tvN 제공

▶ '다루지 못하는 아이템' 있다? "YES"

여성의 가슴과 관련된 아이템은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F컵녀', 'H컵녀' 방송 후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 PD는 "머리가 큰 사람들의 모임인 '대두클럽'처럼 남다른 신체를 가진 사람의 고충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가슴은 안 된다'는 지침을 받았다"라며 "앞으로 기획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PD는 "아직 방송을 기다리는 독특하고 재미난 '비장의 아이템'이 더 있다"라며 200회 특집도 자신했다.


▶ '연예인 화성인'도 나오나? "YES"

개성 강한 사람들이 많은 연예계에도 '화성인'은 있다. 이 PD는 "연예인 출연도 기획 중"이라며 "몇 분에 대해 출연 섭외를 고려하고 있다. MC들을 통해 듣기도 하고, 직접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 결혼식까지 올린 ‘십덕후’ 이진규 씨. tvN 제공

▶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

출연자 중 일부는 유명인이 됐다. '십덕후' 이진규 씨는 영국 메트로가 뽑은 '2010년 세계 최고의 괴짜'가 됐다.

큰 가슴 때문에 음식을 먹다 떨어뜨리면 옷에 들어가고, 늘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던 'H컵녀' 조수연 씨는 방송 후 속옷 판매장에 매니저로 취업하고 잡지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온라인 조인성' 한재환 씨는 스타처럼 팬 미팅을 열었고, 너무 말라 '가시남'으로 출연한 차길홍 씨는 타 방송에서도 잇단 섭외를 받았다.

'갸루족' 김초롱 씨는 유명 메이크업 브랜드의 강의 요청을 받고 있으며, 혀가 짧아 '키스 불능남' 박세권 씨는 방송을 통해 만난 첫사랑과 결혼했다.

이 PD는 "화성인은 또라이가 아니다"라며 "좋아하는 일을 표출하는 정도의 차이, 그것으로 느끼는 행복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화성인을 만나며 삶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며 "개성을 가진 '화성인'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고, 우리 모두의 안에는 '화성인 기질'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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