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인 척 살고 있다”

입력 2020-06-2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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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에이스메이크무비웍스

[DA:인터뷰]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인 척 살고 있다”

정진영 감독이 그 배우 ‘정진영’이라고? 그렇다. 지난 20여 년간 연기자로 카메라 앞에 섰던 그가 연출가로 이름을 올렸다. 수십 년간 배우로 살았지만 그가 처음 영화에 발을 디딘 것은 영화 ‘초록물고기’ 연출부였다. 하지만 자신은 능력이 안 된다 생각해 ‘감독’에 대한 꿈을 미련 없이 내려놨다고 생각했지만 4년 전부터 다시 연출가로서 꿈이 마음을 자리 잡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출연했던 드라마가 끝나고 아들이 고3이 되면서 가장으로서 임무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스스로 ‘이젠 나는 무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때부터 ‘연출가’에 대한 꿈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홍상수, 장률 감독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을 했다. 그 때부터 연출에 대해 용기가 나기 시작했고 때마침 영화 스케줄 하나가 엎어지면서 시간이 생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라진 시간’은 한 부부가 살던 집이 의문의 화재가 일어나고 이를 수사하던 형사 ‘형구’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놓인 상황 전체가 변하는 충격적인 일을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허무맹랑하기도 결말을 보고나선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작품이다. 기자간담회 당시 정진영 감독은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영화”라고 말했고 배우들 역시 “내가 연기를 했지만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정진영 감독은 “이 영화는 논리적인 설명을 해주거나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려고 했었다. 어떤 부부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어느 날 형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했고 그것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그가 결국 세상과 타협하는 이야기다. 변한 그대로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로는 아주 극적으로 표현됐지만 실제 인간의 삶으로 투영시켜봤을 때 우리 모두 변화를 마주할 때 반항도 하고 싸워도 보지만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며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또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엄청나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고 한다. 보고 느끼는 것이 그게 각자를 향한 결과이자 답일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크무비웍스


영화를 만들며 가장 도움이 된 인물은 주연인 조진웅이었다. 애초에 사비로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던 정진영은 조진웅을 캐스팅하고자 했다. “안 주고 후회하느니 주고 까이는 게(?) 낫다 싶어 시나리오를 줬다”는 정진영은 하루 만에 영화 출연을 하겠다는 조진웅의 답을 들었다고. 조진웅은 정진영에게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 하나 고치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하며 이 작품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진웅의 캐스팅이 결정되고 난 뒤에는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 둘씩 풀어가야 할 문제가 해결됐다.

“진웅이를 처음 만났을 때, 영화사는 네가 있는 이 허름한 아파트고 제작비용은 내 사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너밖에는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회식자리에서 조진웅이 ‘정진영 선배 영화 하십니다!’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장원석 대표가 시나리오 좀 보여 달라고 하더라. 처음엔 내가 ‘이거 돈 안 되는 영화다’라며 거절하려 했는데 장 대표가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제작에 참여하기로 했다. 예상보다는 영화가 커졌지만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갈 정도의 예산만 받기로 했죠. 그래서 이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다.”

연출가로서 다른 차기작을 기대 해봐도 좋을까.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

“지금은 아니라고 하지만 또 언젠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년 전에 내가 연출을 나와 맞지 않다며 포기했는데 지금 이렇게 또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하면 안 된다. 이번 영화가 첫 번째 영화이니까 가능했던 것이다. 아직 계획을 두고 있진 않지만 다시 메가폰을 잡게 된다면 영화적 가치든 뭐든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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