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사냥’ 김홍선 감독 “슬래셔·고어 아닌 액션물…프랑스선 12세 관람가” [인터뷰]

입력 2022-09-22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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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TCO㈜더콘텐츠온

“데뷔작 ‘공모자들’ 이후 10년 만에 예매율 1등, 정말 행복하죠.”

김홍선(46) 감독이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해외 유수 영화제의 초청을 받으며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은 다섯 번째 연출작 ‘늑대사냥’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가득한 호송선에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는 온라인에서까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피와 살점이 튀는 엄청난 폭력 수위에 대해 누리꾼들의 다양한 의견이 SNS와 커뮤니티 등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 사상에 남을 만한 극악한 수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 시대에 세계 극장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많은 관객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표현 수위가 자유로운 전 세계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OTT에 익숙해진 관객이 꼭 극장을 찾아와야만 볼 수 있는 볼거리를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9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늑대사냥‘ 프로젝트 보고회에서 김홍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제한상영가 등급 피하려 노력”

김 감독은 잔인한 표현 수위에 대한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킨 영화를 “단 한 번도 슬래셔나 고어물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끓어 넘치는 물 같은 액션물”로서 최상의 수위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그는 “한 네 번 정도 관람하실 때는 눈 안 가리고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잔혹함을 통해 반복되는 폭력의 끔찍함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형사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범죄자들이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어떤 존재’의 등장 이후엔 범죄자들이 피해자가 되죠. 범죄자들을 공격한 ‘그 존재’도 알고 보면 시대 속의 피해자였고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폭력의 반복이죠.”

다만 “제한상영가 등급”(전용 상영관에서만 상영될 수 있는 청소년관람불가 상위의 등급)만은 받지 않도록 신경 썼다. 첫 공개 무대였던 토론토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에서 “가장 장혹한 장면으로 꼽혔던 한 장면을 삭제” 한 후 국내에 개봉한 이유다.

“우리 영화의 배급사인 TCO㈜더콘텐츠온이 캐스팅부터 촬영, 표현 수위까지 정말 단 한번도개입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견을 100%를 존중해주셨어요. 그래서 상상력을 막지 않고 좀더 자유롭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죠. 우리영화가 국내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했지만 표현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프랑스에선 12세 관람가를 받았어요. 하하.



○“너무나 섹시한 서인국, 끝내주는 악역 연기”

드라마를 통해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서인국에게 사상 최악의 악역인자 일급살인자 역할을 맡긴 건 영화의 신의 한 수가 됐다. 예고편 공개서부터 개봉 이후까지 서인국의 변신에 대한 역대급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블루레이는 물론 굿즈까지 소장할 정도로 “서인국이 주연했던 2016년 방영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엄청난 팬”이었다는 김 감독은 “서인국과의 작업을 고대해왔다”고 말했다.

“인국씨와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어요. 미팅을 위해 제 사무실로 들어오는 데 정말 너무 섹시하더라고요. 남자가 이렇게 섹시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 섹시한 느낌을 악역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눈을 사용하는 연기에 대해 주저하더라고요. 특유의 눈 모양 때문인지 드라마를 할 때 ‘그런 눈빛 보여줘선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서 어색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제하지 말고 맘껏 표현해라’고 했죠. 아니나 다를까 정말 끝내주게 소화했죠.”

김 감독은 최근 쿠엔틴 타란티노와 리들리 스콧 등 유명 할리우드 감독들이 소속된 미국 대형 에이전시 WME와 계약을 통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영화감독이 WME와 계약한 건 2014년 봉준호 감독 이후 8년만이다.

“이 모든 게 ‘기생충’ 봉준호 감독님,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님 등 선배님들이 이뤄놓은 성과 덕분이라 생각해요. WME 측이 할리우드의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의 연출 미팅 제안을 해주셨어요. 너무 꿈같은 일이에요. ‘이들이 내게 왜 이러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 아직 (차기작에 대해) 정리 된 건 없어요. 지금 저에게 중요한 건 ‘늑대사냥’의 흥행이니까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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