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섬세한 감수성·경계의 소통’ 유태오가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19-10-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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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오는 주연으로 나선 영화 ‘버티고’로 자신 또한 위로를 얻었다며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임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위로가 부족한 시대”…영화 ‘버티고’로 돌아온 유태오

처음 배우 될 때보단 인지도 쌓여
작품 시작 전 캐릭터 이력서 쓰죠
‘솔직한 거짓말’ 같은 연기 하고파


“작품을 시작하기 전 캐릭터의 이력서를 써요. 이력을 탐구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야만 ‘솔직한 거짓말’처럼 연기할 수 있거든요.”

유태오(38)가 물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숱한 캐릭터들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흑과 백의 이분법 대신 다양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싶다”는 그는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살피면서 연기하려는 의지를 실천하는 진중한 배우다.

그가 17일 영화 ‘버티고’(제작 영화사도로시)를 내놓았다. 최근 드라마 ‘아스달 연기대’와 ‘배가본드’로 주목받은 뒤 처음 주연한 한국영화다. 2018년 러시아 록스타 빅토르 최의 이야기인 ‘레토’의 주연으로 이름을 새긴 그가 2년 만에 맺은 새로운 결실이기도 하다.

영화는 고층빌딩 빼곡한 도시에서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유태오는 주인공 서영의 직장상사이자 연인 진수 역. 여직원들의 선망 대상이지만 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지닌 불안한 남자다.

유태오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서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극중 진수가 떠난 뒤 마음 둘 곳 없이 표류하는 서영을 말없이 지켜보던 또 다른 인물 관우가 “힘내요”라는 말을 건네는 부분이 마음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위로의 한마디가 부족한 시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힘내요’라는 말이 제게도 위로였습니다. ‘버티고’는 독특하고, 유일한 영화에요.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임했어요.”

영화 ‘버티고’에서의 유태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유태오는 독일에서 나고 자란 뒤 미국 뉴욕에서 연기를 배우고 영국과 독일의 연극무대를 경험했다. 한국어와 독일어, 영어가 모국어처럼 익숙한 그는 여러 나라를 오가면서 섬세한 감수성을 쌓았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소통하는 법도 익혔다.

이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양분이 됐다. ‘버티고’는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에 집중해 연기자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매력과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처음 배우가 될 때 ‘피에로 분장하고 버스킹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면 만족할 것’이라고 가족에게 말했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인지도가 많이 쌓였죠. 그래도 만족하진 않아요. 부족한 게 보이니 짜증이 나요(웃음). 자신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어요.”

촬영을 마친 영화 ‘덤보’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공개를 앞둔 유태오는 현재 드라마 ‘머니게임’도 촬영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두는 그가 요즘 푹 빠진 분야는 요리와 건축.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각종 요리법은 물론 예술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대표 스타일까지 술술 풀어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이 ‘훗날 살아남는 문화는 우리가 머리에 넣어 다닐 수 있는 문화다’고 말했어요. 기술이 발전해 AI를 넘어서는 시대가 올 텐데, 문화나 지혜의 통찰을 통해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좀 엉뚱한가요?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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