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지겹다, 물고기와의 대결 즐겨라

입력 2011-02-07 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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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컨트롤러로 낚시의 '손맛'까지 재현
부산에서 펼쳐졌던 지스타 2009와 지스타 2010 현장에서 다양한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게임이 있다.

보트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들과 힘 겨루기를 하는 바다 낚시의 재미와 낚싯대를 연상시키는 전용 컨트롤러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 바로 오는 2월 8일부터 공개서비스에 돌입하는 한빛소프트의 낚시 온라인게임, 그랑메르가 그 주인공이다.

그랑메르는 다소 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기존의 낚시 게임들과는 달리 낚시의 동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과연 그랑메르는 기존의 낚시 게임과는 색다른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어떠한 시스템, 콘텐츠 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게임의 소재를 꼽을 수 있다. 똑같이 낚시를 소재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랑메르는 민물낚시를 주로 다루던 기존의 낚시 온라인게임들과는 '트롤링 낚시'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트롤링 낚시'는 낚시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단어이지만,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는 레저, 스포츠화 되어 있는 주류 취미 중 하나이다. 배를 고정시키지 않고, 이동하는 상태에서 하는 바다 낚시를 뜻하는 '트롤링 낚시'는 배를 타고 이동하며 낚시를 즐긴다는 특성 때문에 여타 낚시에 비해 속도감을 만끽하며 동적인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랑메르는 이러한 '트롤링 낚시'의 특징을 게임의 콘텐츠로 구현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으로나마 보트를 타고 맵 곳곳을 누비며 풍경을 감상하며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랑메르가 여타 낚시 게임들과 차이를 보이는 또 다른 점으로는 게임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낚시는 낚싯대를 물에 드리우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어 찌가 움직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취미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낚시를 소재로 한 게임들 역시 게임의 템포가 비교적 느리고, 게이머가 할 수 있는 동작에 제한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차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자칫 게임의 템포가 쳐지는 느낌을 전달해, 빠른 템포의 진행을 즐기는 저연령층 게이머들에게 낚시 게임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랑메르는 이러한 낚시 게임의 단점을 타파하기 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게임이 진행된다.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낚싯대를 던지면 수 초 이내에 물고기가 반응을 하며, 전용 컨트롤러와 키보드를 이용해 물고기와의 힘겨루기에 바로 돌입하는 방식이다.

등장하는 물고기의 종류가 대부분 대형어종이며, 각기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그에 어울리는 장비와 대처방법을 갖춰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 때문인지 지난 지스타 현장에서 게임을 체험한 이들은 게임을 즐겨 본 후에 '기다리기만 하는 낚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물고기를 찾아 나서는 느낌이다', '게임 템포가 빨라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랑메르가 기존의 낚시 게임들과는 다른 재미를 게이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물론 기존의 낚시 게임에서 느낄 수 있던 한가로운 맛을 즐기기 원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풍류모드가 그것으로 풍류모드에서는 기존의 낚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민물낚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한가로운 음악과 옵션을 통해 시조를 화면에 스크롤 시킬 수도 있어 말 그대로 유유자적한 낚시의 한가로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랑메르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낚시의 손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은 낚시 특유의 손맛을 잊지 못해서 낚시를 끊지 못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게임의 개발사인 한빛소프트는 이러한 낚시 특유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그랑메르 전용 컨트롤러를 선보였다.

실제 낚싯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전용 컨트롤러를 통해 게이머들은 보트조작은 물론 줄을 던지고, 낚싯줄을 풀고 감는 등의 동작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게임에 장착되어 있는 중력 센서를 통해 낚싯대를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도 게임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하겠다.

컨트롤러에 적용되어 있는 진동 기능 역시 게임에 현장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컨트롤러에는 한 개의 모터가 아닌 복수의 모터가 장착되어 물고기나 크게나 상태에 맞춰 각기 다른 방식의 진동을 게이머들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비록 어종의 종류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진동의 특징까지 구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를 통해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래픽 퀄리티 그 자체보다는 낚시게임이라는 소재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지만 말이다.

그랑메르를 처음 접하면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허전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의 배경이 90% 이상이 망망대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오브젝트를 배치하기도 어려우며, 인상적인 사운드를 발생시킬 여지도 적기 때문이다.

물 그래픽이나 해양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의 품질 자체는 캐주얼 게임의 형식에 맞춰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제작되어 있지만, 이를 보여줄 기회가 극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게임의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게임에 첫 인상이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점은 자칫 그랑메르가 가진 장점을 덮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랑메르는 낚시 본연의 재미를 게임의 콘텐츠는 물론 주변기기를 이용해 극대화하려 노력한 게임이다. 게임을 사전에 즐겨본 기자의 감상이나 지스타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게이머들의 참여도를 생각하면 이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랑메르가 시각적, 청각적으로 다소 불리한 여건을 딛고 자신의 매력을 게이머들에게 알릴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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