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밖에 못 쓰는 무선 청소기는 가라 '울트라 파워 플러스'

입력 2013-03-26 09: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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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 유선보다 자유롭다.”

이는 IT계의 진리와 같다. 그래서 다들 블루투스, NFC, 와이파이(Wi-fi) 같은 무선 기술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무선일 때야 우리는 벽에 붙은 콘센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청소기라고 예외가 아니다.

웬만큼 청소해본 사람은 안다. 무선 청소기가 얼마나 편리한지를. 유선 청소기보다 부피도 작고, 선도 끌리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집 안 구석구석 ‘선’ 닿지 않는 곳까지 청소할 수 있다(심지어 집 밖까지도). 무선 청소기의 장점은 다 말하려면 입 아플 정도다.

그런데 왜 아직도 무선보다는 유선 청소기를 더 많이 쓸까? 첫째, 무선 청소기는 유선 청소기보다 ‘힘’이 약하다. 둘째, 충전은 오래 걸리는데 사용 시간이 너무 짧다. 10시간 넘게 충전해야 20~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무선 청소기는 유선 청소기의 ‘서브용’ 정도로 인식됐다. 배트맨 옆의 로빈 정도랄까? 무선 청소기가 유선 청소기에 비해 싼 것도 아닌데 이런 단점까지 있으니 구매를 꺼릴 만도 하다.

일렉트로룩스의 ‘울트라 파워 플러스(ZB5012, 이하 파워 플러스)’ 청소기는 이러한 인식을 깨트려 줄 무선 진공 청소기다. 강한 흡입력과 동급 최고 수준의 사용 시간을 갖췄다. 청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 기능도 많다. 약 3주간 파워플러스를 사용해본 후 느낀 점을 솔직하게 작성해 본다.

4시간 충전해 1시간 쓴다


이것은 감히 무선 청소기의 ‘혁신’ 수준이라 말하고 싶다. 너무 띄워 준다고?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느끼는 것을. 기존 무선 청소기 사용 시에는 밤새 충전했음에도 청소 좀 할라치면 얼마 후 꺼지기가 일수였다. 파워 플러스는 실제 완전히 충전한 후 ‘강, 중, 약’ 3단계 세기를 적절히 섞어 사용했을 때 45분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중을 제일 많이 사용). 이는 리뷰어가 청소하기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덕이다. 이전 모델인 ‘울트라 파워(ZB5011)’는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했다. 배터리 수명도 짧고, 충전 시간도 오래 걸렸다. 파워 플러스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가격은 좀 뛰었지만, 충전시간과 출력은 훨씬 개선됐다. 배터리의 출력이 25.2V로 꽤 높은 편이라 사용 시간이 길어져도 청소기의 흡입력이 일정하다. 보통 무선 청소기는 배터리가 달면 흡입력이 약해지며 ‘내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만 청소를 마치시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앞에 있는 먼지 위를 지나가기만 할 뿐 제대로 빨아들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파워 플러스는 아예 작동이 안 될지언정 흡입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출력이 세니 소음이 클까 걱정됐는데 일반 청소기 수준의 소음이다.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청소기를 돌리는구나’하고 넘어갈만한 정도다.


울트라 파워 시리즈의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손쉽게 배터리의 탈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청소기 가운데에 눈에 띄는 주황색 부품이 그것이다. 크게 ‘LITHIUM 25.2V’라고 쓰여있다. 처음 청소기를 봤을 때, 왜 굳이 배터리를 탈착식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일반 무선 청소기는 그 안의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청소기를 들고 A/S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파워 플러스는 배터리만 구매해 갈아 끼우도록 탈착식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배터리 수명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다. 지난 2월 파워플러스를 출시했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 배터리를 따로 팔지는 않고 있다. 일렉트로룩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안에 추가 배터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머리카락 꼬인 것, 손으로 뜯지 마세요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때문에 청소기를 꺼낸 적 많을 것이다. 리뷰어도 어깨 정도 오는 머리 스타일이다 보니 ‘털갈이’ 수준으로 바닥에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가 종종 있다. 머리카락이 보일 때마다 파워 플러스로 청소를 하다 보니 청소 솔에 머리카락이 돌돌 말려 끼어있어 지저분하다. 내 머리카락이지만 마구 엉켜있으니 징그럽다.

다른 제품이라면 청소 후 이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 뜯어 내야 한다. 파워플러스는 머리카락이나 실 등이 청소기 솔에 엉켜 있을 때 청소기 스스로 이를 자르는 ‘브러시 롤 클린’기능을 지원한다.

청소기의 전원을 켠 후 헤드 부분의 ‘브러시 롤 클린’ 버튼을 발로 누르면 ‘트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브러시에 엉킨 머리카락, 실 등이 끊어져 헤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때 소음이 어느 정도 발생하니 이웃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날이 밝을 때 하는 것이 좋겠다.

청소기에서 불빛이 나온다

청소기를 가동하면 헤드 부분의 전등 4개에서 불이 켜진다. 쇼파 밑, 책상 아래, 가구 사이 등 어두운 곳을 청소할 때 편리하다. 따로 등을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청소기와 같이 자동으로 켜지고 꺼진다.


또한, 손목을 살짝 꺾는 것만으로 청소기의 주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청소기의 무게가 좀 있는 편이라(약 5.4kg) 청소기의 방향을 바꾸는 게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손목을 살짝만 돌려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굴러갔다. 이전에 쓰던 청소기는 손목을 오른쪽으로 꺾으면 청소기 전체가 180도 뒤집혀 흡입구가 천장을 바라보곤 했었다.


청소기를 받침대 없이 바닥에 세울 수도 있다. ‘셀프 스탠딩’ 기능으로 벽이나 가구에 기대어 놓지 않아도 청소기가 알아서 무게 중심을 잡고 선다. 청소기를 돌리다 잠깐 정리작업 등을 해야 할 때 편리하다. 그런데 이 기능을 맹신해 아무 곳에나 세워놓았다간 잘못 툭 건드려 청소기가 뒤로 넘어질 수 있다. 임시로 세워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리뷰어도 몇 번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청소기를 넘어트려 의도치 않게 청소기의 내구성을 시험했었다. 3번 정도 넘어트렸는데 다행히 청소기는 멀쩡했다.

필터, 물에 씻어도 OK


청소기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도 간단하다. 몸체의 버튼을 누르면 먼지통이 들어 올려진다. 먼지통의 주황색 가운데 손잡이를 몇 번 잡아당겨 필터에 들러붙은 먼지들을 떼어낸다(이렇게 해야 필터를 꺼낼 때 먼지가 덜 날린다).


그 후 필터를 분리해 흐르는 물에 씻으면 된다. 먼지통과 필터를 물에 씻을 수 있어 위생적이다. 다만, 먼지 필터를 먼지통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먼지가 날린다. 리뷰어는 먼지통을 비운 후 파워 플러스로 다시 주변 정리를 했다. 청소기도 ‘결자해지’가 적용되나 보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무선 청소기는 항상 옆에 두고 먼지가 보일 때마다 쓰는 용도다 보니 눈에 계속 보일 수밖에 없다. 파워 플러스는 반짝이가 들어간 파란색 유광 플라스틱 재질이다. 가운데 배터리는 주황색이고 몸체 양옆의 아가미 같은 환기구는 은색이다. 색 조합이 상당히 화려한 편이다.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파워 플러스의 디자인이 눈에 차지 않을 수 있겠다. 색상이 파란색 하나라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사겠냐고 한다면 단번에 그렇다고 말하리라. 가끔은 디자인보다 성능이 큰 비중을 차지할 때가 있는 법이다. 파워 플러스의 가격은 44만 원 정도다. 무선청소기 중에서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투자한 만큼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라고 본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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