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가 바빠질수록 NC는 강해진다

입력 2020-07-0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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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는 올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를 만큼 바쁘다. 포수로 투수들을 리드하고, 4번타자로 팀 타선을 이끌고, 주장으로 리더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러나 그가 바쁘면 바빠질수록 NC의 전력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스포츠동아DB

4번타자, 포수, 주장. 팀을 지탱하는 여러 개의 축 중 적잖은 지분을 차지하는 3요소다. ‘캡틴 공룡’ 양의지(33·NC 다이노스)는 몸이 세 개라도 부족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포수의 자리는 주로 하위타선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선발포수 전체 2만7078타석 중 6~9번 하위타선에 배치된 게 2만3128타석(85.4%)에 달한다. 반대로 포수가 3~5번 클린업트리오를 소화한 것은 3892타석(14.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타선의 핵심인 4번은 590타석(2.2%)뿐이다.

그 590타석 중 양의지가 소화한 게 350타석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에는 15타석을 4번타자로 나섰는데, NC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에는 335타석으로 부쩍 늘었다. 올해는 4번타자 자리가 더 익숙하다. 7일까지 전체 165타석 중 4번타자로 145타석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리그에서 보기 드문 ‘4번타자 포수’가 양의지다.

두 역할 모두 만점이다. 포수 양의지의 진가는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도 발휘됐다. NC 선발투수 구창모는 “올 시즌 중 가장 컨디션이 안 좋았던 하루”라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것은 양의지의 리드 덕분이다. 구창모의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자 변화구의 비중을 늘렸고, 범타를 유도해냈다. 2차례 도루저지로 득점권 위기를 지운 것은 덤이었다. KBO리그 최고 포수 출신인 박경완 SK 감독대행도 “(구)창모도 창모지만 (양)의지의 리드를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은 흔한 표현이다. 하지만 양의지 수준이라면 이 표현이 결코 아깝지 않다. 양의지의 꾀는 상대 타자는 물론 마운드의 투수까지도 놀라게 만든다. 구창모는 6월 25일 수원 KT 위즈와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젊은 포수 김형준과 호흡을 맞췄다. 그날은 구창모 스스로가 중심이 돼 볼 배합을 했는데, 4이닝 5실점으로 결과가 나빴다. 이어 이달 1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다시 양의지와 호흡을 맞췄는데, 이날 사인은 구창모 스스로도 “여기서 왜 이 공을 요구했을까” 싶을 정도로 예측이 어려웠다. 그 대신 변화구의 궤적을 미트로 그려주며 당황하지 않도록 만들어줬고, 7이닝 2실점의 결과를 냈다.

주장으로서 역할도 만점이다. 이동욱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단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스스로는 “내가 선수단 분위기를 너무 조이는 것 같다”고 평가하지만 선수들은 다르다. 박민우는 “내가 젊은 선수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 그걸 (양)의지 형이 최대한 들어준다. 좋은 주장 없이 팀이 잘 나가긴 어렵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4년 총액 125억 원. 양의지가 지난해 NC와 사인한 계약 규모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4년 150억 원)에 이은 KBO리그 역대 2위 금액이다. 계약 직후만 해도 125억 원의 가치를 해내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양의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양의지는 몸으로 입증하고 있다. 양의지가 바빠질수록 NC는 강해진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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